東問西答 ‘사오정 정부’

입력 2017-09-2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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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규제완화·사드해결 요청에도 “공장 해외이전 말라” 압박

“정부가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해결해 주길 바라는 문제는 형식적인 답변만 내놓은 간담회가 무슨 의미가 있었겠나.”

최근 정부 주최로 열린 업계 간담회에 참석했던 대기업 임원의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산업계의 현안 점검과 기업들의 애로사항 청취, 재계의 고용 활성화와 투자 유치 등을 위해 다양한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 완화와 미국·중국의 통상 압박 해결 등을 요청하는 각 업계에 정부 측은 “국내에 공장을 지으라” 거나 “고용을 늘리라”고 요구하는 등 엉뚱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11일 정부는 섬유업계와 상생협력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섬유업계는 최저임금 인상과 전기요금 등 비용 부담 문제와 외국 인력 고용 등 구인난, 시설투자 자금 부족 문제 등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는 형식적 답변뿐이었고, 도리어 “공장 해외 이전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해 업계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지난달 30일 열린 철강업계와의 간담회에서는 미국발(發) 통상 압박을 해결해 달라는 업계의 요청에도 일자리 창출을 요구해 결국 ‘성과’를 얻어냈다.

간담회에서 포스코는 기존보다 500명을 늘린 신입사원 채용을 약속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보다 12% 늘어난 430명을, 동국제강은 3배 늘어난 115명의 신규 직원을 뽑겠다고 했다.

중국 사드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 업계와 2차전지 업계도 최근 두 차례에 걸친 소통의 자리를 가졌지만, 결국 구체적 계획이나 해결 방안은 듣지 못했다.

18일 열린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간담회에서도 업체들은 전문 인력 확보 방안과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토로했지만, 도리어 중국 투자를 진행 중인 업체들에 기술과 일자리 유출을 이유로 중국 투자에 대한 부정적 방침을 세운 것으로 드러내 혼란을 키웠다.

정부의 이상한 소통 방식은 유통업계에서도 진행 중이다. 중국 사업 철수와 유커 감소 등으로 위기에 빠진 기업들의 호소에 정부는 오히려 면세점 영업시간 제한과 대형마트 휴업일 추가 등 강도 높은 규제 논의로 대응하고 있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데, ‘소통’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라고 나와 있다”면서 “일자리 창출이나 내수 회복 등 정부의 뜻은 기업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우리(기업)쪽 입장에 정부가 귀를 열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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