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파전 양상 보였던 옐런·콘 모두 밀려나…차기 연준 의장 안갯속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임기는 내년 2월 말이다. 임기 만료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차기 연준 후보가 구체적으로 거론될 때다.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아들 부시)은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을 2005년 10월 24일 임명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버냉키의 후임으로 지금의 옐런 의장을 2013년 10월 9일에 임명했다. 이 시간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조만간 차기 연준 의장 인사를 발표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당장 옐런 의장의 연임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주 수해 현장에서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중에 “옐런 의장을 좋아할 뿐 아니라 존경한다”면서도 재지명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같은 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옐런 의장과 함께 일하는 것이 즐겁다”고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옐런 외의 인물을 지명할 선택지를 갖고 있다”고도 말했다.
유력한 후보였던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달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 사태 후 후보자 명단에서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콘 위원장을 후보로 고려하고 있다며 ‘콘 지명설’을 부인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콘 위원장을 연준 의장 후보로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아마 콘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하겠지만, 맞다”고 답했다. 또 “나는 오랫동안 콘과 알고 지냈는데 같이 일을 하면서 그를 향한 존경심이 커졌다”고 칭찬했다. 실제로 끈끈했던 둘 사이가 멀어진 계기는 지난달 12일 백인우월주의자들에 의한 샬러츠빌 유혈 사태였다. 샬러츠빌 사태를 두고 트럼프이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이자 콘 위원장은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쓴소리를 가감 없이 날리는 콘 위원장은 결국 미운털이 박혔고, 이후 둘 사이가 멀어졌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결국 차기 연준 의장이 갖춰야 할 제1의 조건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트럼프를 향한 ‘충성심’인 셈이다. 그간 트럼프에게 쓴소리를 했던 인물들은 경질설에 휩싸이거나 실제 경질됐다. 러시아 특검을 가능케 한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한동안 경질 대상 1순위였고, 트럼프와 불화를 겪은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은 최근 교체됐다. 이런 상황에서 2파전 양상을 벌였던 차기 연준 후보 모두 트럼프 눈 밖에 났다. 콘 위원장은 샬러츠빌 사태로 사이가 멀어졌고, 옐런 의장은 양적 완화와 금융규제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트럼프의 정책 기조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옐런과 콘이 모두 유력한 후보에서 밀려나면서 백악관이 새로 저울질하는 차기 연준 의장 후보는 총 6명으로 좁혀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글렌 허바드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 존 테일러 스탠포드대 경제학 교수, 로렌스 린지 전 조지 W. 부시 대통령 경제 보좌관, 리차드 데이비스 US뱅코프 전 최고경영자(CEO), 존 앨리슨 BB&T 전 CEO 등이다. 워시 전 연준 이사는 트럼프가 가장 선호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모건스탠리 출신으로 2006년 최연소 연준 이사로 임명됐다. 이후 조지 W. 부시 정권에서 대통령 특별보좌관을 역임했다. 그는 에스티로더 창업자의 손녀인 제인 로더의 남편이기도 하다. 워시 전 연준 이사를 비롯해 일각에서는 거물 경제인이 뽑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가장 중요한 요건이 충성심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한편 연준은 오는 19∼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자산매입 축소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은 올해 3~4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했고, 이미 두 차례 인상했다. 시장에 반영된 12월 금리인상 확률은 52.9%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