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떨어트리는 주범 VS 일시적인 혼란에 그칠 것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 가 최근 연이어 미국 본토에 상륙하면서 피해 지역을 원시시대로 되돌려 놓았다. 어마가 지나간 플로리다 지역은 아직도 700만 채가 넘는 주택과 건물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다. 심지어 13일에는 마이애미의 한 재활센터에서 찜통 더위로 6명이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물적 피해가 큰 만큼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허리케인 영향은 일시적인 것으로 경제 성장에는 큰 변수가 아니며 오히려 폐허가 된 지역을 재건하면서 경제가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반박도 공존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고용지표를 보면, 우선 고용지표는 밝지 않다. 지난 2일을 마감일로 하는 미국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6만2000건 증가한 29만8000건(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 노동부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를 늘린 주범으로 허리케인 하비를 꼽았다.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불어닥치고 나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3개월이 넘는 동안 50만 건을 웃돌았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하비와 어마로 인한 총 피해액을 1500~2000억 달러(약 225조5400억 원)로 추산했다. 이는 지금까지 최악의 허리케인으로 기록된 카트리나 때와 비슷한 규모다. 무디스는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허리케인으로 0.5%P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0.8%P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고, 동시에 이 영향으로 올해 연간 GDP 성장률은 3%에 도달하지 못하고, 2%로 내려앉을 것이라고 점쳤다.
하지만 지난주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허리케인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라고 주장하며 비관론을 일축했다. 그는 “허리케인 같은 혼란스러운 요소를 모두 고려하면 경제 데이터를 읽어내기 어렵다”며 “재난 상황에 따라 물가가 오를 것이고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근거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허리케인으로 경제 회복 속도가 더뎌져 금리 인상 발목을 잡지는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올리 애널리스트도 “연준이 허리케인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의 말처럼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멕시코만을 강타하고나서 한 달 뒤 연준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당시 연준 부의장이었던 재닛 옐런(현 의장)은 “피해는 막대하지만 그럼에도 중요한 점은 허리케인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폐혜가 된 지역에서 재건 작업이 활발해져 건설 업계에서는 허리케인 특수를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심지어 허리케인 하비가 불어닥친 텍사스 주와 어마가 휩쓸고 갔던 플로리다 주는 건설 노동자 인력이 부족한 곳으로 꼽힌다. 그러나 건설 수요가 더 늘면 건설 노동자 임금만 천정부지로 오르고,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