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모뉴엘 사태'로 인해 입은 피해액 460억여 원을 보상해달라며 한국무역보험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졌다. NH농협은행과 KEB하나은행은 같은 사건 소송에서 승소해 법원 판결이 경우마다 엇갈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재판장 김정운 부장판사)는 산업은행이 무보를 상대로 낸 단기수출보험금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무보 측 손을 들어줬다. 산업은행과 무보가 2013년 맺은 단기수출보험(EFF)은 허위 '수출거래'일 경우 보험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FF는 단기수출계약을 체결한 뒤 수출이 불가능해지거나 대금을 받을 수 없을 때 입는 손실을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재판부는 "EFF 보험 약관의 목적과 취지, '수출'의 사전적 의미 등에 비추어 약관에서 말하는 수출거래, 수출채권, 수출일 등은 실제 존재하는 거래가 있음을 전제로 한 게 통일적이고 자연스러운 해석"이라고 했다. 약관에서 규정한 '수출거래'는 진정한 거래만을 의미하고, 허위 수출거래는 보험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실재하지 않는 가장의 수출거래도 보험약관 적용 대상이라고 해석할 경우 금융기관은 무보의 보험에 의존해 수출거래가 실재하는지에 관한 조사를 게을리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기관이 검증 책임을 게을리 한 것까지 무보가 보험금을 지급하면,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는 수출보험제도의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고도 했다.
수출자와 수입자에 대한 신용조사 서비스를 부실하게 설계·운영하고, 직원이 모뉴엘 측에서 뇌물을 받는 등 무보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봤다는 산업은행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무보나 무보 임직원의 행위가 고위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이거나 모뉴엘의 사기범행을 용이하게 한 방조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오히려 실제 수출거래가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것은 산업은행의 책임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시중 은행들이 무보를 상대로 낸 소송은 현재 1심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법원은 NH농협은행과 KEB하나은행이 낸 소송에서는 은행 측 손을 들어줬다. 보험약관에서 정한 ‘수출’이 실제 수출을 의미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설명도 없고, 은행의 수출서류 심사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반면 IBK기업은행과 수협중앙회는 패소했다. 현재 이 사건들은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국민은행이 낸 소송의 경우 민사18부(재판장 이원 부장판사)가 심리하고 있다.
전자제품업체 모뉴엘은 2014년 해외 수입업체와 함께 허위 수출자료를 만든 뒤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을 받아 하나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국민은행, 수협은행 등 금융기관 10곳에서 거액을 대출받았다. 은행들은 모뉴엘의 수출 실적이 가짜로 드러나 수출채권을 결제하지 못하자 무보에 단기수출보험(EFF)금 등을 청구했다. 무보 측이 '수출업체의 사기 대출은 보험금 지급 사유가 아니다'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자 은행 6곳이 잇달아 소송을 냈다. 산업은행 역시 무보를 상대로
보험금 등 459억8000만 원을 달라는 소송을 2015년 10월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