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잉여금 상당부분 생산설비 등 다른 자산에 투자
일부에서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의 유보율 급증은 수익성 개선에 따른 긍정적 현상이며, 투자위축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1일 '유보율 급증, 정말 문제인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유보율은 기업의 자본 구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지표이므로 투자와는 별개로 결정될 수 있는 지표"라며 "최근의 유보율 급증은 기업의 순익 급증에 따라 잉여금이 누적되면서 발생한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밝혔다.
'유보율'이란 기업의 자본이 어떻게 구성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회계학적으로 잉여금과 납입자본금으로 정의된다.
이 중 '잉여금'은 세부적으로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으로 나눠지며, 잉여금은 현금으로 유보될 수도 있고 실물자산으로 유보될 수도 있다.
임 연구위원은 "유보율의 정의에 따르면, 정상적으로 순이익을 발생시키면서 성장하는 기업의 유보율은 추세적으로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투자가 외환위기 이후 일시적으로 부진했던 것은 부채 축소 등 재무구조조정에 크게 영향 받은 현상이며, 재무구조조정이 일단락 되면서 투자도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 연구위원은 "최근 기업의 여유자금규모가 과도하다는 주장도 존재하지만, 이는 과거에 지나치게 낮았던 수준에 대한 정상화 과정 및 불확실성 증가에 대응한 기업의 전략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며 "이는 여러 선진국에서도 관찰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임 연구위원은 특히 "최근 자주 언급되는 잉여금 375조원 중 상당 금액은 생산설비 등의 자산으로 투자돼 기업 내에 유보돼 있다"며 "현재 논란이 되는 375조원을 모두 활용하자는 주장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생산설비 등 여타 보유자산을 매각해 다른 형태의 투자를 하자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임 연구위원은 "낮은 부채비율 등 안정적인 재무구조는 과거에 비해 보수적인 기업의 경영행태를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지만, 안정적인 재무구조가 외부 충격에 대한 기업의 대응능력을 제고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인식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잉여금의 증가로 자본이 증가함에 따라 부채비율이 하락하는 등 유보율 급증과 더불어 기업의 재무 건전성도 제고된 것으로 평가된다"며 "튼튼한 재무구조는 기업들이 최근 해외에서 발생한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에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