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또 어깃장 “국경장벽 예산 조달 안되면 셧다운 불사”

입력 2017-08-2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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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장벽 건설을 두고 의회에 사실상 최후의 통첩을 보냈다. 당장 9월 말까지 내년도 예산안 통과와 부채 한도(debt ceiling) 증액 작업을 앞둔 의회로서는 트럼프의 어깃장에 셈법이 복잡해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서부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 연설에서 “국경 장벽 건설 예산 확보를 위해 의회에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며 “예산 확보가 안 되면 미국 정부 폐쇄(셧다운) 직전까지 몰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는 멕시코 장벽을 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멕시코 장벽 건설 비용 16억 달러가 민주당의 반대로 2018회계연도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해당 예산안 승인을 거부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의회는 현 회계연도가 끝나는 9월 30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동시에 부채 한도를 증액해야 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는 당초 두 개 문제를 함께 묶어 대통령의 승인을 받는다는 구상이었으나 트럼프가 예산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거론하면서 부채 한도 증액 문제도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커졌다.

예산안이 해당 기한 내에 통과하지 못하면 연방정부는 당장 10월 1일부터 셧다운에 들어가게 된다. LPL파이낸셜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는 1976년부터 총 18회 셧다운을 겪었는데, 가장 최근은 의회가 오바마케어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을 벌이던 2013년도였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예산안 협의를 놓고 양당의 협상 과정을 탐탁지 않아 했다. 그는 지난 5월 트위터를 통해 의회가 민주당의 반대로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에 대한 예산안 편성에 소극적이자 “민주당의 양보를 유도하고자 ‘좋은’ 연방정부 셧다운이 필요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에 이번 발언도 트럼프 특유의 협상 전략인 공포탄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트럼프가 극단적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의 애리조나 연설 전부터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을 50%로 점쳤다.

셧다운과 별개로 의회가 부채 한도를 증액하지 못하면 미국 정부는 당장 10월 부채 원리금 상환에 실패하는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에 노출된다. 미국 의회는 매년 부채 상한선을 결정하며 매년 이 상한선은 올라가고 있다. 부채 한도에 따라 미국 재무부가 국채를 발행할 수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23일 미국 의회가 10월까지 부채 상한선을 올리지 못하면 현재 최상위인 미국 국가신용등급(AAA)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회의 부채 상한선 결정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법인세 인하 등 감세를 기반으로 한 재정 정책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어 중요하다. 트럼프의 셧다운 경고가 트럼프의 정책 행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셧다운과 국경 장벽 사이에 선택은 필요 없다”며 셧다운 우려를 일축했다. 9월까지 단기 임시예산안을 통과시키면 시간적 여유를 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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