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가격, 경기 회복의 지표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구리 9월물 가격은 3년래 최고치를 찍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아연은 10년래 최고치를, 알루미늄 가격은 3년래 최고치를 각각 기록했다. 또한 철광석 가격은 지난 5월 말부터 현재까지 약 35% 급등했다.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세계 금속·광업지수는 지난 5월 말 이후 13%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경제 회복세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속은 기본 건설 자재인 동시에 항공기에서 스마트폰까지 다양한 생산품에 필수 요소이기 때문에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금속 가격이 경기 회복의 지표로 여겨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5%로 전망했다. 이는 종전의 3.4%에서 0.1%포인트 상향한 것이다. 또 IMF는 세계 최대 금속 소비국인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6.6%에서 6.7%로 상향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는 달러화 가치 하락도 일조하고 있다. 원자재는 달러로 거래되는데,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외국 투자자들에게는 상품 가격이 더 저렴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수요 증가로 연결된다. 투자은행인 제프리스의 크리스토퍼 라페미나 애널리스트는 “금속 랠리는 이제 막 시작된 셈”이라며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금속 가격이 랠리를 펼치면서 향후 물가 상승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각 나라 통화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WSJ는 금속 가격이 인플레이션을 유도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나 유럽중앙은행(ECB) 등의 중앙은행에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돌입하게 하는 근거를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금속 원자재의 고공행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금속이 가진 펀더멘털보다 가격이 과대평가된 면이 있으며, 곧 이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매도를 서두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라이즈캐피탈의 크리스토퍼 스탠튼 매니저는 “전 세계가 하나의 자산에 쏠리면 보통 결말이 좋지 않다”며 조만간 금속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