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북적였지만 대부분 커피ㆍ감자튀김ㆍ애플파이 등 다른 메뉴 시켜
맥도날드 햄버거를 둘러싼 연이은 논란에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맥도날드 햄버거의 덜 익힌 패티를 먹고 자녀가 용혈성요독증후군, 이른바 ‘햄버거병’에 걸렸다는 주장이 제기된데 이어 10일 소비자원에서는 맥도날드 불고기 버거에서 기준치 3배 이상의 식중독균이 검출됐다고 발표하자 ‘안심하고 먹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1일 오후 찾은 맥도날드 매장들은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거렸지만 자세히 보니 절반 이상이 햄버거가 아닌 아메리카노, 아이스크림콘 등 사이드 메뉴를 먹고 있었다. 햄버거를 주문하는 곳보다 사이드 메뉴만 주문할 수 있는 매장 구석 바(bar)가 더 붐비는 매장도 있었다. 특히 어린 자녀와 함께 있는 어머니들은 거의 모두 햄버거를 주문하지 않고 감자튀김, 애플파이 등을 시켰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키우고 있는 김모 씨는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도 맥도날드에 오긴 하지만 햄버거는 먹이지 않는다. 주스나 아이스크림 등 다른 메뉴만 먹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햄버거를 먹고 있는 소비자들조차 완전히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했다. 중학생 조모군은 “원래 햄버거를 좋아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먹지는 못하겠다”며 “먹으면서도 어느 정도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조모군은 “처음 보도를 보고 햄버거를 먹을 때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얘기했다.
문제가 된 내용을 모르고 햄버거를 먹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직장인 김모씨는 “시간이 없어서 햄버거를 먹고 있었는데, 친구가 카톡으로 ‘햄버거병’에 대한 얘기를 해줬다”며 “내용을 알게된 이상 당분간은 햄버거를 먹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고등학생 조모군은 “햄버거병이나 대장균 검출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학생 송 모씨는 평소 1주일에 세 번 이상 패스트 푸드점에 올 정도로 햄버거를 좋아하지만, 앞으로는 방문 횟수를 줄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용혈성요독증후군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대장균 검출 사실은 오늘 처음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지만, 대장균 검출 얘기를 들으니 더 찝찝해졌다”고 말했다.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의 불안감은 더 크다. 네이버의 한 출산, 육아 카페에는 햄버거병 이슈가 제기된 이후 매일 꾸준히 관련 글이 올라온다. 한 산모는 맥도날드 불고기버거에서 기준치 이상의 식중독균이 검출됐다는 소식을 알리며 ‘임산부가 먹을 수 없는 음식이 하나 더 추가됐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모씨는 “애들이 햄버거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맥도날드 버거를 먹이지 않는다”며 “엄마들이 패스트푸드점 대신 수제 햄버거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고기 패티가 아닌 치킨 패티가 든 버거를 사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비자원의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맥도날드는 소비자원 조사원이 햄버거를 구매하는 CCTV를 공개하며 “조사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 CCTV를 보면 조사원은 햄버거를 구매하면서 밀폐된 용기와 포장 등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