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달쏭思] 양해각서(諒解覺書)와 MOU (2)

입력 2017-07-2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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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각서(諒解覺書)의 사전적 의미가 “당사국 사이의 외교 교섭 결과 서로 믿어서 이해하게 된 내용을 확인하고 밝히기 위해 정식 계약체결 전에 작성하는 문서”라는 것은 앞서 말했다. 그렇다면 ‘각서(覺書)’는 곧 ‘확인하고 밝힌 문서’라는 뜻인데 이 말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覺’에 대한 두 가지 훈독인 ‘깨달을 각’과 ‘잠깰 교’에 비추어 보면 좀 어색하다. 물론 ‘覺’에 ‘확인하다’, ‘밝히다’라는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나, 우리나라에서 ‘覺’을 그런 의미로 사용한 예는 이 ‘覺書’ 외에 거의 없다. 이 또한 일본식 한자어이다.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여 먼저 근대화의 길을 간 일본이 서양의 법률, 외교, 의학 등의 전문용어를 일본식 한자의 의미를 취하여 번역해 놓은 것을 우리가 그대로 빌려다 사용한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아직도 그것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우리식 한자의 의미에도 부합하도록 잘 번역해 놓은 것은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한자의 의미와는 달리 완전히 일본식 한자의 의미만을 취하여 제정된 생뚱맞은 용어는 우리의 인식에 맞게 고쳐 사용해야 할 것이다.

용어는 개념을 정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용어가 불분명하다는 것은 곧 사회적 약속이 불분명하다는 뜻인데 그런 사회는 불안하다. 같은 용어를 두고 나의 해석과 남의 해석이 다를 경우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즈음 세상이 험하다 보니 부당한 ‘각서쓰기’를 강요당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부부간에도 걸핏하면 각서를 쓰라고 하고, 빚을 준 사람은 금방 죽이기라도 할 듯이 사나운 표정으로 각서를 강요한다. 심지어 ‘신체포기각서’라는 것도 있다고 한다. 어떤 이유의 각서든 각서가 없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다. 아예 국어사전에서 각서라는 말을 빼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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