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플레이션에 경제 불황 심각...새로운 중동 혼란 발화점 될 수도
‘현대판 파라오’로 불린 이집트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가 권좌에서 축출된 지 올해로 6년을 맞았다. 2011년 중동에는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민주화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며 독재자들이 줄줄이 축출, 당장 평화와 번영이 올 것만 같았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 아랍 최대 국가인 이집트 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며 벗어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집트는 구제 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국제통화기금(IMF)과 합의한 변동환율제로의 이행과 보조금 삭감이 물가 급등을 초래했지만 부작용때문에 속수무책인 딜레마에 빠져있다. 인플레이션율은 약 30%로 1980년대 중반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다.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으로 물가 상승을 억제해야 하지만 이것이 되레 경기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어 상황은 녹록지 않다.
작년 중반까지 10% 전후였던 이집트의 물가상승률은 올 4월에는 31.4%로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그 후에도 비슷한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식품가격 상승이 심각한 가운데 7월에는 휘발유 가격이 50%나 뛰었다.
이같은 물가 급등의 가장 큰 요인은 작년 8월 IMF와 약속한 구조 개혁이다. 2011년 민주화 운동 ‘아랍의 봄’ 이후의 정변으로 경기가 침체되자 그리스 정부는 IMF로부터 지원을 받기로 합의했다. 그러면서 3년간 120억 달러를 지원받는 조건으로 ▲변동환율제로 전환 ▲식량과 연료 등에 대한 보조금 삭감 ▲부가가치세(VAT) 도입 등 재정 개선책을 약속했다.
이집트는 IMF와의 합의에 따라 작년 11월에 변동환율제로 이행, 1달러=8파운드 정도였던 환율은 한때 달러당 19파운드 선까지 폭락했다. 통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에다 식료품 등에 대한 보조금 삭감까지 더해져 물가는 겉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
이집트 중앙은행은 이달 기준금리를 19.25%로 2%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이후 7%나 올랐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목적이지만, 금리를 계속 올려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면 투자 의욕 감퇴로 이어지는 등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IMF는 올해 이집트의 경제 성장률이 3.5%로 전년보다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경제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집트는 정치적으로도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사회적 혼란을 틈타 쿠데타로 집권한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은 언론 탄압 등 독재를 이어가고 있고, 국민에게는 고통 분담을 강요하고 있다. 한 시민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정부는 경제보다 치안 유지를 중시하고 있다. 생활은 더 고통스러워질 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다른 시민은 “정부는 중산층을 버렸다. 모두가 가난해졌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신문은 인구 9000만 명으로 아랍 최대 국가인 이집트 경기가 침체하면 고용 위축으로 인해 치안 악화로 이어지고, 그렇게 되면 또다른 중동 혼란의 발화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