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망 “정유 반등” “석유화학 고전” 엇갈려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던 정유·화학 업계가 2분기에는 상승세가 한풀 꺾일 전망이다. 급작스러운 유가 하락에 정제마진이 축소되고 재고평가손실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유가 암초에도 하반기 정유 업계의 실적은 다시 반등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석유화학 업계는 제품의 마진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미국발 석유화학 제품 공급 증가도 예정돼 있어 실적 반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고 있다.
◇‘유가 급락’ 정유사, 수익성 일시 악화=17일 에프앤가이드와 증권사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의 2분기 수익성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난 것으로 조사됐다.
SK이노베이션은 6344억 원, GS칼텍스 2660억 원, 에쓰오일(S-OIL) 2658억 원, 현대오일뱅크 148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 4사의 올 2분기 총 영업이익은 1조3142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에 기록한 2조8494억 원보다 1조5000억 원가량이 적다.
이 같이 정유사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유가다. 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 정유사에 긍정적이지만, 단기간에 하락하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지난 6월 유가가 단기간 급락해 제품과 원유가격 차이로 얻는 정제마진이 줄어들며 정유사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지난 3월 51.2달러에서 분기 마지막 달인 6월 46.3달러로 9.5% 하락했다. 이에 따라 정제마진 역시 축소되며 2분기 1개월 후행 기준 아시아 정제마진은 기존 추정인 배럴당 6.2달러 대비 21% 낮은 4.9달러를 기록했다. 또한 원유를 비싸게 사왔지만 제품 판매 시점에 유가가 하락하면서 재고평가손실도 늘어나며 수익성 악화에 일조했다.
업계에선 유가 하락이 없었을 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의 정유부문 영업이익이 각각 3360억 원, 1640억 원, 2270억 원씩 더 높았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 하락으로 인해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정유 3사에서만 약 7000억 원의 영업이익이 날아간 꼴이다.
정유사들은 2분기 일시적 이익 둔화에도 하반기부터는 실적 반등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을 기점으로 유가가 회복됐으며, 재고량 감소에 따른 재고 확충 수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2분기의 부진을 견인한 요소들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또한 휘발유 계절적 성수기가 도래했고, 등·경유의 마진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 역시 수익성 개선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올 하반기 유가 전망치는 배럴당 40달러 후반에서 50달러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3분기 한달 후행 아시아 정제마진은 배럴당 7달러로 전분기 대비 43% 개선될 전망이다.
한승재 동부증권 연구원은 “중국 석유제품 잔여 쿼터 부족에 따른 석유제품 수출둔화, 감산·제한적인 정유설비 순증설에 따른 중동, 특히 사우디의 정제처리량 둔화, 미국의 재고 부담 및 휘발유 마진 하락에 따른 가동률 조정 가능성을 고려할 때 하반기 정제마진은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7~8월부터 본격적인 반등세를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 업계, 하반기 반등도 “글쎄”=석유화학 업계 역시 2분기 유가 급락의 영향을 받으며 원료가격과 제품 가격의 차이가 줄어들면서 마진이 감소했다. LG화학을 제외한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금호석유화학의 실적이 모두 수익성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LG화학은 ABS·PVC·가성소다의 업황이 호조세를 지속하면서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성이 견조하게 유지됐다.
업계 관계자는 “에틸렌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화학 업체들의 수익 규모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3분기에도 실적이 반등할 것이란 확신은 없다. 3분기가 플라스틱 성수기이고, 업스트림 가격이 반등하면서 재고 축적 가능성이 커 제품 마진 역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국과 중동, 인도 등지에서 석유화학 설비 증설이 이뤄지면서 제품 공급 역시 늘며 업황 개선에는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이익 개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 업종에 대한 보수적 시각을 유지한다”며 “제품 마진 개선에 대한 강한 확신이 부재한 상황에서, 미국발 공급증가에 대한 우려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석유화학 설비 증설은 2020년 혹은 그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중국에서도 2020년 이후 11기의 신규 설비가 가동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