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자·대기업 과세 강화 공약…참여정부 때 ‘종부세 파동’ 우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임시회 마지막 본회의 날인 18일 추경안이 통과되면 20일 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집권 기간 거시적 재정운용방향과 함께 당장 올해 세법개정 방향도 논의할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 이뤄지는 세법개정에선 문 대통령이 공약했던 고소득자·대기업에 대한 명목세율 인상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정기획위원회 관계자는 14일 “이번 세법개정에선 논쟁적인 사안들은 피하려고 한다”면서 “소득세, 법인세율 인상은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고소득·대기업 과세 강화를 약속한 바 있다. 현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 과세표준을 5억 원 초과에서 3억 원 초과로 낮춰 현행 40%보다 높은 42%를 적용토록 하고, 법인세는 과표 500억 원 초과 법인에 대해 현 22%에서 25%로 세율을 올리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세율 인상을 올해 안엔 추진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명목세율 인상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발언과 맥이 같다.
문재인 정부가 이러한 증세에 소극적인 데엔 노무현 정부에서의 ‘종합부동산세 트라우마’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참여정부 때 종부세로 여론전에서 밀렸다”며 "이번에 세금을 올린다면 진보 언론은 미흡하다고 비판하고 경제·보수 언론에서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비난하면서 언론들로부터 샌드위치 신세가 돼 여론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공약대로 증세하려면 국정운영 지지율이 높은 정권 초반에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 이에 대해 국정위 관계자는 “내년에도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는 높을 테니 무리 없을 것”이라면서도 “경제멘토 일부가 문 대통령에 증세 브레이크를 걸도록 조언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다세대 주택 보유자에 대한 부동산 임대소득 강화는 예정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기재부는 2000만 원 이하의 월세수입을 올리는 주택 임대소득자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내년부터 없애기로 했다. 2016년 말 끝내려던 계획을 2년 미뤘던 만큼, 다시 유예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종교인 과세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종교인에 대한 과세를 2015년부터 시행키로 했지만, 일부 목회자 등 반발에 밀려 시행 시기를 1년 미뤘다가 다시 2년을 미뤄 2018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인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여기서 다시 2년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올해 세제개편은 당·정·청이 뜻을 잘 맞춰가야 한다”며 “개별 의원이 발의한 법안들도 정부안과 병합심사하면서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에서의 증세 방안은 별도의 조세개혁TF(태크스포스)를 만들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하려 한다”며 “TF를 기재부 산하에 둘지, 어디에 둘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