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검찰, 불공정기업 공격행보… 대기업 갑질 수사 확대

입력 2017-07-1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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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갑질’ 논란을 불러온 기업에 대해 잇달아 칼날을 꺼내 들고 있다. 무엇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 불공정거래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등 과거와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취임 뒤 첫 공개 수사로 주목받고 있는 미스터피자의 이른바 ‘갑질 사건’을 놓고 ‘경제정의’가 시장의 화두로 제기됐다.

검찰이 미스터피자 가맹본부 본사와 관계사 2곳 등을 전격 압수수색한 지 2주 만에 이번 사건의 핵심 인사인 정우현 전 MP그룹(미스터피자) 회장을 구속 수감하자, 기업의 ‘갑질’ 근절을 위한 수사 방향이 180도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업무방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혐의는 공정위가 2015년 3월경에 직권조사를 진행하면서 파악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정위는 지금까지 이 사안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사안이었다. 공정위가 2년 4개월 동안 방관하던 사안을, 검찰이 공정위 고발 요청 없이 압수수색과 구속조치를 취한 것이다. 검찰의 이같이 달라진 태도를 보면서 관련 업계에선 검찰이 대기업 불공정거래에 대한 대대적 사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검찰의 조사 단계에서 공정위 고발 요청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지만, 불공정거래와 관련해 검찰 자체적으로 인지를 통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이번 미스터피자의 갑질 사건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첫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문무일 부산고검장(56.사법연수원 18기)의 행보에도 주목하고 있다. 문 후보자가 범죄 첩보와 비위를 직접 포착해 인지 수사하는 특별수사 경험이 풍부한 만큼, 불공정거래에 대한 사정작업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잃어버린 검찰 신뢰를 되찾기 위한 행보로 대기업 갑질을 근절하려는 정부 의지와 궤를 같이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윤석열 지검장 취임 이후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와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갑질 논란을 불러온 기업들이 줄줄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고 있다.

중견재벌 부영그룹의 경우 친척 회사를 계열사로 신고하지 않은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당한 이중근 회장의 수사가 예고돼 있다.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깎은 혐의로 현대자동차그룹의 부품계열사 현대위아 역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고발당한 조양호 회장의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도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현재 검찰이 겨냥한 사안들을 보면 총수 개인의 단순 비리보다 하청업체·중소기업을 갈취하는 불공정거래 등 ‘경제정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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