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여성, 비서울대 출신 외교부 장관...유엔 내 두터운 인맥 자랑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최초 타이틀’을 여러 개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그는 우리나라의 최초의 여성, 비(非)서울대 출신의 외교부 장관이 됐다. 또 노무현 정부 초대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던 윤영관 전 장관 이후 비외무고시 출신으로서는 14년 만에 외교정책 수장 자리에 앉게 됐다. 70년 외교부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으로서 장관보좌관에 발탁되기도 했으며 첫 비고시·여성 출신 외교부 국장 타이틀도 갖고 있다.
유엔에서는 2006년 인권고등판무관실 부고등판부관에 임명되며 한국 여성 처음으로 유엔 최고위 자리에 올랐다. 특히 대미(對美)외교 전공이 아닌 다자외교 전공이라는 점 등에서 제대로 ‘유리천장’을 뚫은 파격 인사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강 장관은 전직 외교관이긴 하지만 외무고시 출신이 아닌 데다, 오랫동안 해외에서 근무해 국내 인맥은 거의 없다. 외교부에 몸담았던 1999∼2006년 국제기구 업무를 주로 해왔기에 외교부 내 주류들이 보기에 외부인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 점은 오히려 강 장관이 방어해줄 인맥이 없어 외교부 내 폐쇄적인 조직문화와 학벌·인맥·순혈주의를 타파하며 개혁을 주도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고시 출신의 외부 전문가인 강 장관을 외교부 수장으로 임명한 것도 외시 출신 일색인 외교부의 체질 개선을 염두에 둔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 장관을 외교가로 이끈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1997년 12월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김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전화통화 때 강 장관이 통역을 맡으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으며 이를 계기로 이후 DJ의 전속통역사로 발탁됐다. 김 전 대통령은 강 장관에 대해 “내 말을 그가 영어로 번역하면 더 아름다워진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후 외교부 근무 시절에도 홍순영 장관의 영문 스피치라이터를 맡을 정도로 강 장관의 회화실력은 뛰어나기로 유명했다.
이후 강 장관은 1998년 국제전문가 특채로 외교안보연구원 미주연구관에 채용되면서 외교부에 발을 들여놨다. 이듬해에는 외교부 역사상 첫 여성 장관보좌관에 기용됐다. 2005년 7월에는 국제기구정책관(현 국제기구국장)에 임명돼 첫 비고시·여성 출신 외교부 국장으로 기록됐다.
강 장관은 2006년 9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대표에 임명되면서 활동무대를 유엔으로 옮겼다. 그는 2003∼2005년 주유엔대표부 근무 시절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의장직을 맡았는데, 이때 코피 아난 당시 유엔 사무총장이 그를 눈여겨본 것이 유엔 입성의 계기가 됐다. 강 장관은 2007년 1월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8대 사무총장을 맡을 때부터 유엔 멤버로 본격 활동했다.
한국 여성 중 유일하게 유엔 최고위직까지 오른 만큼 유엔 내에서 두터운 인맥을 자랑한다. 코피 아난, 반기문, 안토니오 구테헤스 등 3명의 유엔 전·현직 사무총장과 함께 일하며 이들과도 깊은 인연을 맺었다. 유엔 사정에 정통한 외교관은 “강 후보자는 반 전 총장은 물론 구테흐스 현 총장도 매우 아끼는 인물”이라고 전했다. 유엔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데다, ‘미국인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한국인’으로 불릴 정도로 수준 높은 영어를 구사해 글로벌 인맥에서는 한국 외교관 출신 중 중 그를 따를 사람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외교 라인에서는 반 전 사무총장의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반 전 총장과의 인연은 2000년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 장관이 홍순영 전 외교부 장관 보좌관으로 일했을 당시 차관이 반 전 총장이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과는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서 일할 때 구테흐스 총장이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여서 몇 차례 대화를 나눈 것이 개인적 인연의 전부였지만, 지난해 당선인 인수팀장을 제안받으면서 더욱 가까워졌다.
국내에서는 모교인 연세대 출신 인사들과 촘촘한 인맥을 쌓아왔다. 강 장관은 1973년 연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해 1977년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연대 영자신문사에서 활동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외교·안보 수뇌부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들로 채워지면서 강 장관도 외교가의 ‘연정(연대 정외과) 라인’에 합류하게 됐다. 연정 라인의 좌장은 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인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명예특임교수다. 문 특보는 연대 철학과를 졸업했지만,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1994년부터 연대 정외과 교수로 활동했다. 조현 외교부 2차관과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김기정 교수는 강 장관의 같은 과 후배다. 김 교수는 1995년부터 연세대 정외과 교수로 일하면서 강 장관과 교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