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47. 욱면(郁面)

입력 2017-07-0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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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로 극락왕생한 신라 최하층 계집종

욱면(郁面)은 신라의 여성 노비이다. ‘삼국유사’에는 아간(阿干) 귀진(貴珍)의 계집종[婢]인 욱면이 염불을 통해 극락에 왕생한 내용이 담겨 있다. 욱면에 관해서는 ‘삼국유사’ 감통(感通)편의 욱면비염불서승(郁面婢念佛西昇)조와 ‘건봉사급건봉사말사사적(乾鳳寺及乾鳳寺末寺史蹟)’에서 전한다.

삼국유사 향전에 따르면, 욱면은 신라 제35대 왕인 경덕왕(景德王·재위 742~765) 때 강주(康州, 지금의 진주) 사람이라고 한다. 당시 선사(善士) 수십 명이 미타사(彌陁寺)를 세우고, 만일을 기약하며 계(契)를 만들었다. 염불수행을 통해 서방(西方)에 가고자 하는 뜻을 세운 것이다. 귀진 역시 미타사 염불결사의 일원이었다. 욱면은 주인을 따라 절에 가 마당에 서서 스님을 따라 염불하였다.

귀진은 욱면이 주제에 맞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 미웠다. 그래서 욱면에게 매번 곡식 두 섬씩을 주며 하루 저녁에 그것을 다 찧으라 시켰다. 욱면은 시킨 일을 초저녁에 다 마치고는 절에 가서 염불하였다.

욱면은 밤낮으로 성실하게 염불하였다. 뿐만 아니라 두 손바닥을 뚫어 노끈으로 꿰었다. 그리고 그 노끈을 절의 마당 좌우에 있는 말뚝에 맨 후에 두 손바닥을 합장하여 좌우로 흔들며 염불하였다. 욱면의 이와 같은 행위를 깨달음을 얻기 위한 고통스러운 수행, 즉 고행(苦行)으로 보기도 한다. 반면 욱면의 수행을 못마땅해한 주인 귀진의 처벌이었다고 보기도 한다.

이처럼 욱면이 고통스러운 수행을 할 때에 하늘에서 큰 소리로 “욱면 낭자는 법당에 들어가서 염불하라”라는 소리가 들렸다. 절에 있던 사람들이 이 소리를 듣고는 욱면을 법당에 들어와서 예에 따라 정진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욱면이 정진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쪽으로부터 하늘의 음악이 들려오더니 욱면이 법당의 대들보를 뚫고 솟구쳐 올라갔다. 욱면이 서쪽으로 가더니 육신을 버리고 진신(眞身)으로 변하여 나타나 연화대(蓮花臺)에 앉았다가 큰 광명을 발하면서 서서히 사라졌다고 한다.

욱면은 계집이고, 종이었다. 신라사회의 최하층에 있었던 것이다. 그 욱면이 성불을 하였다. ‘승전’에서는 욱면이 성불할 수 있었던 이유로 전생의 공덕을 들고 있다. 즉 욱면은 전생에 팔진스님을 수행하는 무리 중 하나였는데, 계(戒)를 범하여 축생도(畜生道)에 떨어져 부석사의 소가 되었다. 이때 화엄경(華嚴經)을 싣고 다녔는데, 그 경전의 힘을 입어 전생(轉生)하여 욱면이 되었다는 것이다. 욱면의 성불은 이처럼 여러 겹의 인연을 통해서만 납득이 되는 사안이었다.

신라사회에서 계집종인 욱면이 성불한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를 지닌 것일까. 욱면으로 인해 부처님이 사는 이상 세계, 불국토(佛國土)에 가려는 꿈을 누구나 꿀 수 있게 되었다. 욱면의 성불은 신라 사람들에게 꿈을 꿀 수 있게 하였고, 희망을 갖게 하였으며, 위로가 되었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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