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달쏭思] 지단[鷄蛋]과 계란(鷄卵)

입력 2017-07-0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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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TV 요리 프로그램에서 요리사들은 “지단을 얹어서 모양을 낸다”, “채 썬 지단을 넣는다”는 등 ‘지단’이라는 말을 적잖이 사용한다. 이때 요리사가 ‘지단’이라고 표현하는 식재료를 보면 달걀부침을 채 썬 것을 지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달걀부침’, 혹은 ‘계란부침’이라고 하지 않고 ‘지단’이라고 하는 것일까?

‘지단’은 ‘鷄蛋(계단)’의 중국어 발음이다. ‘鷄蛋’은 ‘닭 계’, ‘알 단’으로 훈독하며 ‘닭의 알’이라는 뜻이다. ‘鷄’에 대한 중국어 발음은 ‘지[ji]’이다. 그리고 ‘蛋’은 우리 식 한자 발음이나 중국어 발음이 다 같이 ‘단[dan]’이다. 그러므로 현대 중국어에서의 ‘지단(딴)’은 날달걀이든 익은 달걀이든 계란 프라이(fried egg)이든 계란말이든 식재료로 사용한 계란, 즉 달걀을 통칭하는 말이다.

지단의 중국어가 鷄蛋이고 그것을 한국어 발음으로 읽으면 ‘계단’이다. 그런데 한국식 한자 발음으로 읽지 않고 중국어 발음으로 읽는 ‘지단’이라는 말이 언제부터인가 요리사들 사이에 정착되어 습관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계단(鷄蛋)과 계란은 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리가 일상으로 사용하는 계란(鷄卵)의 ‘卵’도 ‘알 란’이라고 훈독하며 ‘알’이라는 뜻의 한자이다. 蛋과 卵이 다 ‘알’이라는 뜻의 한자인 것이다.

그런데 양자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蛋’은 껍데기가 있는 ‘조류의 알’을 통칭하는 한자이고, ‘卵’은 껍데기가 없는 어류나 곤충, 혹은 포유류의 알을 뜻하는 한자이다. 따라서 명란젓, 난자(卵子↔정자·精子) 등은 맞는 말이지만 계란은 계단(鷄蛋)이 바른 표현이다.

말의 변화가 참 재미있다. 알고 보면 분명한 ‘오용(誤用)’인데 그것이 ‘바른 말’로 통용되는 경우가 많다. ‘약정속성(約定俗成)’, 즉 ‘약속으로 정해져서 풍속이 된’ 후로는 더 이상 따지지 않고 ‘통용’으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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