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정의 인사이트] 청와대 앞길 개방, 그 이상으로 소통하라

입력 2017-06-2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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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춘추관이요!”

26일 새벽 출근길. 여느 때처럼 이렇게 외칠 뻔했다. 그러나 바리케이드까지 사라진 청와대 주변 검문소에서는 누구도 “어디 가세요?”라고 묻지 않았다. 생경한 경험이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어, 바리케이드가 없어졌네, 달라지긴 달라졌네요”라고 말하는 택시 기사님의 표정에도 옅은 미소가 감돌았다.

1968년 ‘김신조 사건’ 이후 막혔던 청와대 앞길이 이날부터 24시간 전면 개방됐다. 전날까지만 해도 청와대 정문 앞 분수대 광장과 춘추관을 잇는 보행로는 오전 5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개방됐고, 야간에는 일반 시민의 통행이 제한됐다. 낮이라 하더라도 곳곳에 설치된 검문소에서 경찰이 오가는 시민을 검문했다.

그러나 새 정부의 결단으로 청와대가 근 5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열린 청와대를 적극 구현하고 시민 편의를 확대하려는 조치이다. 특히 청와대 주변 5개 검문소의 평시 검문도 없애고, 검문소에 설치됐던 차단막 역시 사라진 대신 차량의 서행을 유도하는 교통 안내초소가 설치됐다.

청와대는 시민의 야간 경복궁 둘레길 통행이 자유로워지면서 청와대 앞길이 서울의 대표적인 산책로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청와대 앞길은 언제 걸어도 늘 걷고 싶은 거리이다. 여름이면 푸르고 울창한 나무가 그늘이 돼 주고, 가을이면 노란 은행잎이 떨어지며 운치를 더한다.

그동안은 출입증이 없으면 춘추문과 연풍문 바로 앞을 지나는 길은 자유로운 통행이 어려웠지만, 26일 저녁에는 탁 트인 청와대 앞길 양쪽 도보를 따라 많은 시민이 여름밤 공기를 마시며 유유자적(悠悠自適) 산책을 즐기는 장관이 연출됐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열린 자세는 늘 반갑다. ‘계급장, 받아쓰기, 사전결론’이 없는 3무(無) 방식의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기자들이 일하는 춘추관에서 청와대 수석들과의 ‘간식토크’, 도열 대신 함께 축하하며 기존 ‘격식’을 깬 임명장 수여식 등 파격적이지만 바람직한 변화의 흐름에 국민은 열띤 호응을 보내고 있다.

헌정사(憲政史)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 이후 들어선 새 정부인 만큼 국민의 기대치는 높다. 그만큼 앞으로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국정 운영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큰 것이 사실일 테다.

얼마 전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에 자유게시판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 때 없어진 것”이라며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여러 시스템이 준비되는 대로 개통하겠다”고 밝혔다. ‘소통’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운 정부인 만큼 국민과의 소통을 방해하는 어떠한 행위에도 엄격한 잣대가 들이대어진다.

인사 검증 시스템을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이다. 이전 박근혜 정부보다는 ‘인사 참사’가 덜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부적격 인사 논란에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사퇴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의 왜곡된 성적 가치관에 대한 비난이 가열되고 있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권의 반발에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임명을 강행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지지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논란이 큰 송영무·김상곤·조대엽 후보자의 지명 철회나 탁현민 행정관 경질이든, 여론의 뜻에 부합하는 조치가 없다면 지지율은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꼬인 인사 정국을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을 빨리 짜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해 그렇잖아도 공백이 생기기 쉬운 국정은 더욱 살얼음판을 걸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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