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크게 떨어진 아베 총리 지지율

입력 2017-06-2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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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현재 일본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뉴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소식이다.

마이니치신문(每日新聞)은 6월 17, 18일 전국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36%로, 5월 실시한 조사보다 10%포인트나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한편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대답은 44%로 9%포인트 상승했다.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지지를 웃도는 현상과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현상은 아베 정권이 안전보장관련법 국회 통과를 강행한 2015년 10월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다른 여론조사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떨어진 원인 중 하나는 소위 ‘공모죄’ 신설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전혀 범죄가 되지 않았던 범죄 관련자들을 공모자로 몰아 처벌하는 ‘테러 등에 대한 준비죄’를 신설하려고 여당이 개정 조직범죄처벌법을 참의원 위원회의 표결을 생략해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데 대한 국민적인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원인은 학교법인 ‘가케(加計)학원’에 수의대를 신설하는 문제에 대해 아베 총리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두 가지 중 가케학원 문제를 살펴본다.

가케학원은 아베 총리의 미국 유학 시절부터 오랜 친구인 가케 고타로(加計孝太郞)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가케학원 측은 “수의대를 만들고 싶다”고 과거에 15번이나 문부과학성에 요청했다. 그러나 문과성은 “수의사가 너무 많아서 허용하기 힘들다”고 계속 허가를 내주지 않아 가케학원은 수의대를 만들지 못했다.

그런데 2012년 12월 아베 신조가 총리가 되어 제2차 아베 내각이 출범한 후 문과성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수의대를 만들어도 좋다. 그때는 보조금 96억 엔과 37억 엔 상당의 토지를 제공할 수 있다”, “수의대를 신설해도 되는 대학교는 가케학원뿐이고, 다른 대학은 안 된다”라고 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얘기를 내놓기 시작했다.

수의대와 관련한 가케학원 측 움직임을 조사한 언론들은 “이것은 이상하다”라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에는 문과성의 전직 관료 마에카와 기헤이(前川喜平)라는 사람이 “아베 총리로부터 문과성에 압력을 가하는 문서가 전달되었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아울러 아베 총리가 과거 가케학원의 임원을 맡고 있었고, 임원 보수를 몇 년간 받았다는 사실도 공개되었다.

국회에서는 야당들이 아베 총리에 대해 그가 문과성에 압력을 가했는지 여부와 기타 상세한 질문을 하면서 공격에 나섰다. 이에 아베 총리는 애매한 답변을 되풀이하면서 국민들로부터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아베 총리의 오른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아무 잘못도 없다”라는 식으로 언론에 반박하고 있다. 최근 모리토모학원의 부지를 통상가격의 7분의 1 정도의 헐값으로 제공했다는 문제에도 아베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한때 커진 바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와 내각은 불편한 문제에 대해서는 항상 유야무야(有耶無耶)한 답변을 되풀이하면서 국민이 그 문제를 지루하게 느낄 때까지 방치한다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에서 수의대 증설이 안 되었던 이유는 수의사협회가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수의사가 많아지면 수의사들의 경쟁이 심해지고 기존 수의사들의 기득권을 위협한다고 해서 수의사협회는 수의대 신설에 반대해왔다. 문과성이 그동안 그런 협회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수의대 신설을 가케학원에만 허용한다는 얘기에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고 있어 지지율에 반영되었다. 그리고 이 문제를 계기로 일본 언론사들의 보도 자세가 바뀌기 시작했다. 아베 정권이 들어선 후 정부에 불리한 보도를 하지 않으려는 언론사가 늘어났다. 아베 정권의 교묘한 언론 통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케학원 뉴스를 보도하는 방송국의 시청률이 크게 오른 데 비해, 보도하지 않는 방송사의 시청률이 크게 떨어진 현상이 일어나 최근 일본 내 방송사들이 가케학원 뉴스를 앞다퉈 보도하기 시작했다.

아베 정권의 보도 통제가 이제 효과를 못 보기 시작한 셈이다. 이런 현상은 박근혜 - 최순실 게이트를 보도한 한국 방송사들과 매우 유사하다. 이대로 간다면 아베 총리가 2018년 자민당 총재로 재선되고 총리를 계속한다고 보장할 수 없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극우파 정권으로 알려진 아베 정권이 결정적인 스캔들 없이 장기 집권을 유지해 왔으나, 정권이 장기화되면 하나둘 큰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앞으로의 아베 정권의 향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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