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 성행하는 빈 사무실 주거화 바람 국내 유입될 듯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몇년 전만 해도 우리로서는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다. 도시의 비싼 오피스 빌딩을 주택으로 개조하는 것 말이다.
채산성이 떨어져 가능성이 없을 듯 한데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보편화된 개발기법이라고 한다.
사단법인 건설주택포럼(회장 강동오)은 20일 오후
서울 논현동 LH공사 서울지역본부 대 회의실에서 이런 내용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최민성 델코그룹 회장이 발표한 ‘해외주택의 다양성과 시사점’의 주제 논문을 좀 진단해보자.
현재 미국에서는 도심의 오피스 빌딩을 주거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이 곳곳에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2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1만1500여 개의 사무실 건물이 주거용으로 개조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중에서 시카고는 1996년 모토클럽과 싱거빌딩이 주택으로 전환한데 이어 그동안 30여 개 건물이 주거공간으로 변모됐다.
필라델피아 또한 25년 전부터 오피스 물량의 10%에 달하는 약 65만㎡의 사무실 공간이 주택이나 호텔로 개조된 것으로 알려진다.
사무실 공간의 주거화 작업은 보스톤·샌프란시스코·피츠버그·달라스 등 미국 대도시에서 보편화된 부동산 재생 기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 뿐만 아니다.
영국·프랑스·호주를 비롯한 도시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에서도 벌어지고 있어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닌 듯싶다.
우리나라도 조만간 이런 형태의 도시재생 바람이 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
한마디로 빌딩이 남아돌아서다. 서울의 경우도 공급 과잉 여파로 공실률이 20% 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빈 사무실이 많다는 의미다.
비어 있는 공간이 많으면 건물의 투자가치가 떨어져 오히려 주거공간으로 전환하는 게 더 유리할지 모른다.
주택의 가치가 사무실보다 높은 곳일수록 채산성 맞추기가 쉽지 않을까 생각된다.
선진국 도시에서는 이런 연유 땜에 오피스 빌딩의 주거 공간화 사업이 성행하고 있다는 소리다.
도시 생활의 스타일 변화도 사무실 리모델링에 일조를 하고 있다.그동안 교외 생활을 선호했던 회사원들이 이제는 온갖 인프라를 갖춘 도심으로 들어오려는 욕구가 강해졌다.
조용한 교외보다 북적대는 도심에서 활기를 느끼고 싶어 한다.
젊은 층일수록 그런 성향이 있는 모양이다. 우리나라 젊은 층도 예외는 아니다.
게다가 출·퇴근하는데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는 심리도 깔려있다. 직장이 가까운 도심에 거주하면 그만큼 자기가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래서 어떻게 하던 도심에 살고 싶어 한다.
2000~2010년 사이 미국의 인구 500만명 이상되는 메트로폴리탄 지역(광역 도시권)의 다운타운(도심) 인구 증가율이 두 자리 숫자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해 준다. 도심 인구 증가율은 메트로폴리탄 전체 증가 수치의 2배가 넘는 규모다.
그만큼 광역 도시권의 도심 유입인구가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에 도심 인구 증가율이 높은 도시로는 시카고가 45%로 가장 높고 그다음은 마이애미 28%, 새크라멘토 19%. 시애틀 13% 순이다.
이는 도심이 주거지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서울이나 부산과 같은 대도시권에서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현상이다.
물론 법적인 문제가 선결돼야 하지만 우선 상업지역 내에서 허용되는 주거용 오피스텔·주상복합 아파트·레지던스과 같은 상품은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 것 같다.
더욱이 계속 불어나고 있는 1~2인 가구에 적당한 주거공간을 개발한다면 남아도는 도심 빌딩의 재생사업은 활기를 띄지 않겠나 싶다.
앞으로 우리 주택시장에 많은 변화를 예고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