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1호기 4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오늘 퇴역식 열고 영구정지
40년 동안 우리나라 산업 발전을 뒷받침해 온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19일 오전 10시 고리원전 1호기 앞에서 ‘고리원전 1호기 퇴역식’을 열고 영구 정지를 공식 발표했다.
이날 퇴역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 1호기 영구 정지를 기점으로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며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한다.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현재 수명을 연장,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는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해 가급적 빨리 폐쇄하고, 건설 중인 신고리 5ㆍ6호기는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과 투입 비용, 보상 비용, 전력 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고리 1호기는 19일 0시를 기해 1977년 6월 18일 원자로에 불을 붙인 지 40년 만에 수명을 마쳤다. 고리 1호기가 지난 40년 동안 생산한 전력은 15만 기가와트로, 부산시 전체 한 해 전력 사용량의 34배에 이른다.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는 건설ㆍ운영 중심에서 해체를 포함한 전 주기적 원전 사업, 패러다임의 시대로 들어가는 대한민국 원전 역사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와 한수원은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 후 해체 절차를 진행해 터를 자연 상태로 복원하기까지 1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고리 1호기는 앞으로 사용후핵연료 냉각과 방사성 물질 제거, 구조물 해체, 부지 복원 등 폐로(廢爐) 절차를 거친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영구 정지한 원전은 160기이지만 이 중 해체를 마친 원전은 19기에 불과하다. 원전 해체 경험이 있는 나라는 미국(15기), 독일(3기), 일본(1기) 세 나라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고리 1호기 해체 비용을 6437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노후 원전의 폐로를 위한 선결 조건인 사용후핵연료 처리장 마련 등은 숙제로 남아 있다. 국내에는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시설이 없다.
아직 확보하지 못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시급하다. 원전 해체 기술은 선진국의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탈핵 정책’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현재 건설이 진행 중인 원전은 총 11기로 공정률이 90%를 넘은 곳으로 신고리 4호기와 신한울 1·2호기가 있다. 신고리 5·6호기는 공정률 27.6%로 이미 1조5242억 원이 투입된 상태여서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