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문 닫는 원전 맏형 ‘고리 1호기’… ‘탈원전’ 속도 내나

입력 2017-06-1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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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해체 법률부터 기술·비용까지 과제 산적...기간도 10~25년 걸려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 시대를 연 부산 기장군 소재 고리원전 1호기가 18일 40년 만에 가동을 중단한다. 원전 종사자에게 고리 1호기는 땀과 자존심의 상징이지만, 반대론자에게는 위험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번 고리 1호기의 퇴역 결정을 계기로 앞으로 ‘탈핵 정책’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 즉각 폐쇄’와 ‘신규 원전 전면 중단’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 40여 년 고리 1호기 ‘명과 암’ = 우리나라는 매년 1기꼴로 원전을 지으며 전력을 값싸게 대량 공급하는 공급 중심의 정책을 폈다. 고리 1호기 건설을 통해 경제 발전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전력 수요에 맞춰 전력을 공급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원전을 늘려온 데는 세계 최저 수준의 전기료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 평균 전기료는 kWh당 108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전력거래소의 원자력 전기 평균 구입가는 53원으로 낮은 원가 덕분에 우리나라 전기료가 매우 낮게 유지될 수 있었다.

고리 1호기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제작해 당시까지 단일 사업 최대 규모인 공사비 총 1560억7300만 원(2억9937만 달러)이 투입됐다. 고리 1호기의 지난해 발전량은 4772GWh로 부산시 주민이 1년간 주택에서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우리나라는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원전 건설 기술과 운영 기술을 개발해 원전 설계 기술 표준화를 거쳐 원전 수출을 달성한 원전 기술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고리 1호기의 폐로는 미래 폐로시장 개척을 위해 유용할 수 있다. 향후 영구 정지 이후 수행되는 해체와 폐기물 관리를 통해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의 전 주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미국을 비롯해 일본, 영국 등 선진국은 계속 운전을 하고 있다. 탈핵을 선언한 나라는 독일, 스위스, 벨기에, 타이완 4개국이다.

독일의 경우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해 전력의 30% 수준을 신재생으로 공급하고 있다. 2005~2014년 기간에 독일 주택용 전기요금은 78% 인상됐다.

원자력계는 원자력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걱정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력생산 kWh당 이산화탄소 생성량은 석탄 약 1000g, 가스 490g인 데 비해 원자력은 15g에 불과해 원자력은 기후변화 대처에 아주 효과적인 전력원이라는 것이다.

이종훈 한전 전 사장은 “고리 1호기 건설은 우리나라가 중화학 공업으로 가는 길목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며 “현재의 반핵 분위기로 인해 차세대 원전 노형 기술 개발까지 소홀히 해 지금까지 쌓아온 원자력 기술이 사장되고 기술진이 흩어진다면 우리나라는 영영 기술 낙오 국가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의 안전 우려가 한층 커졌고, 1세대 원전 상당수가 개발 독재 시대에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지어진 탓에 현 시점에서 회복 요구는 거세다.

환경단체는 원전이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겨 기후변화의 촉매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값싼 전기의 1등 공신은 원전이기 때문에 원전 증설이 에너지 과소비를 부르고, 이것이 다시 화석연료 사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원전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확산시키는 데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갈 길 먼 ‘폐로 기술’… 폐기물 처리 숙제 = 한국의 원전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해체 기술은 걸음마 단계다. 법률부터 기술·비용까지 준비할 게 산적해 있다. 상용 원전 하나 폐기하는 데는 적어도 10~25년이 걸린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가 상용 원자로를 폐기한 실전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폐로 과정은 영구정지 냉각 기간을 거쳐 해체 준비, 사용후핵연료 인출, 제염(오염 제거), 구조물 해체, 폐기물 처리, 부지 복원 순으로 진행된다.

폐로 과정에서 생기는 막대한 양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그후 방사성폐기물처분장으로 옮겨지며 원전 부지의 방사선량을 측정하면서 부지를 복원하면 폐로는 마무리된다.

노후 원전을 계속 운영해야 하는지를 두고 대립과 갈등은 앞으로도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고리 1호기에 이어 고리 2호기가 2023년 4월 설계수명이 끝나 2021년 4월까지 한수원은 계속운전 신청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어 2024년 9월 설계수명이 다하는 고리 3호기에 대해서는 2022년 9월까지, 2025년 8월로 설계수명을 맞는 고리 4호기는 2023년 8월까지 각각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전남 영광의 한빛 1호기도 2025년을 끝으로 설계수명이 종료돼 10년 내 계속 운전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원전이 6기나 된다.

정부는 고리 1호기에 대해 5년 동안 준비 기간을 거쳐 6437억 원을 들여 해체 작업에 들어가 2030년 완료할 계획이지만, 폐연료봉을 옮길 데가 없어 이 과정 자체가 계속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폐연료봉을 보관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은 지역 주민의 반발 등으로 아직 부지조차 선정이 안 돼 미뤄지고 있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 지난해 발의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법’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고, 계획대로 해도 2028년부터 처리장을 건설해 2053년에야 건설된다. 정부 방침대로 순차적으로 노후 원전이 폐로에 들어간다면 여기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들을 어디에 보관할지 지금으로선 대책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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