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생명보험사 가입자들이 계약을 중도 해지해 보험사로부터 받은 보험금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소득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생활비와 빚 부담에 시달리다보니 원금손실을 감수하고 보험을 해지하는 것이다.
1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5개 생보사들의 1분기 보험 해지환급금은 5조4856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2.4% 늘었다. 보험 종류별로는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 해지환급금은 1조4961억 원(10.9% 증가), 저축성보험 해지환급금은 3조9894억 원(13% 증가)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해지환급금 규모는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8년 1분기(4조970억 원)보다 많았다. 최근 3년 사이 생보사들의 1분기 해지환급금은 4조 원대 머물렀다. 2014년 1분기 해지환급금은 4조3465억 원, 2015년 1분기 4조5348억 원, 지난해 1분기는 4조8787억 원을 보였다. 그러다 올해 1분기 처음으로 5조 원을 넘어섰다.
이 증가 추세라면 올해도 해지환급금 규모는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상 최대 규모를 보인 지난해보다 해지환급금 증가 추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생보사들의 해지환급금 총 규모는 20조113억 원로 역대 최대치였다.
해지환급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엔 경기상황 악화, 불완전판매 등의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질임금은 제자리인데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과 생활비 부담에 허덕이다 보니 보험료 납입이 버거워 계약을 해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중도 해지는 원금손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가입자에게 불리하다. 장기 계약을 특징으로 하는 보험상품은 가입 초기 설계사 수당 등 명목으로 사업비를 많이 떼가기 때문에 중도 해지 시 돌려받는 금액이 납입 보험료보다 적다. 특히,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은 가입 초기 떼가는 사업비가 저축성보험보다 더 많아 환급금은 더욱 적을 수밖에 없다.
한편 계약 해지는 증가하는데 신규 가입자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5개 생명보험사의 올해 1분기 신계약 건수는 270만4237건(금액 82조471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469만7345건(금액 104조6593억원)보다 42.4% 감소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장기유지를 특징으로 하는 보험상품은 미리 사업비를 떼 가기 때문에 중도해지 시 보험사는 이득을 보지만 가입자는 원금 손실을 떠안게 된다”며 “보험사들이 계약 유지보다 판매에만 급급해 불완전판매를 한 점도 해지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