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기업 평균 CEO와 일반 근로자 연봉 격차 347대 1
작년 미국 대선 이후 증시 랠리를 주도한 ‘트럼프 랠리’는 증시뿐 아니라 최고경영자(CEO)들의 연봉을 올리는 데도 크게 한몫했다. 경영데이터 분석기관 이퀼라가 CEO 연봉 상위 2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은 2015년 대비 3% 증가했으나 CEO 연봉은 9% 증가했다. 뉴욕타임스(NYT)의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해당 기업의 주주 환원 수익률은 14% 상승했는데, 주가 상승이 CEO 연봉 상승의 동인이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주가는 CEO 연봉 상승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퀼라에 따르면 2015년 S&P500지수에 속한 기업의 57.4%가 배당금과 주주수익률을 CEO의 성과 지표로 여겼다. 작년 S&P500지수는 약 10% 상승했다. 지난해 대선 이후 트럼프 랠리가 CEO 연봉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NYT는 이를 ‘CEO 연봉에 대한 트럼프 효과’라고 이름 붙였다.
트럼프 랠리에 가장 많은 수혜를 본 분야는 금융업이다. 작년 11월 대선부터 12월 마지막 날까지 금융주는 약 20%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융 규제책인 도드-프랭크 법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퀼라에 따르면 CEO 연봉 상위 200대 기업 중 금융 업체 CEO는 31명이다. 이 중 작년에 CEO 연봉이 오른 곳은 17곳이다. 최고 연봉자는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다. 그는 연봉이 2015년 1820만 달러(약 204억3860만 원)에서 작년에는 50% 증가한 2720만 달러를 받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으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America great again)’ 만들기를 원한다면 CEO의 연봉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지난 8일 포춘은 지적했다. 극단적인 연봉 차이는 기업 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일반 근로자와 CEO 간 연봉 격차가 클수록 위화감이 조성되기 쉽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내 지위 차이가 클수록 협동심은 줄어들고 직원들 간 분열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조사를 주도한 4명의 연구원은 입을 모아 “경영진과 직원 간 극심한 연봉 차이는 신뢰를 저해하고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는 데 장애물이 된다”고 밝혔다. 1980년 미국 대기업에서 일반 근로자 평균 임금과 CEO 임금 간 격차는 42대 1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이 격차는 347대 1로 급격히 증가했다. CEO가 본인보다 347배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을 인지한 근로자는 “나는 회사에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할 것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CEO 연봉이 많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관련 법을 제정하기 시작했다. 작년 12월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시의회는 일반 근로자와 경영진 간 임금 격차가 100배가 넘는 기업에 대해 10%의 법인 지방소득세를 적용했다. 기존 법인 지방소득세는 2.2%다. 포틀랜드가 이 정책을 채택하고 나서 미국의 5개 주가 추가로 비슷한 법안을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