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리협정’ 탈퇴에 석유 메이저들도 냉담한 반응

입력 2017-06-0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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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구온난화 대책의 국제적 합의인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할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에 대한 명분은 점점 퇴색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와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파리협정에서 탈퇴할 생각이지만 미 국내외에서는 물론 석유 메이저들조차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파리협정에 관한 나의 결정을 발표할 것이다. 목요일 오후 3시(한국 시간 2일 새벽 4시)다.”라며 그의 상투적인 표현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마무리했다. 미국 언론들은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가 파리협정 탈퇴를 결심했다고 보도했다.

파리협정 탈퇴는 트럼프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그는 “기후변화는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과도한 환경규제가 경제성장을 가로막는다고 비판해왔다. 무엇보다,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2위인 미국이 파리협정을 이행하려면 탄광이나 화력발전소 등을 폐쇄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대량의 실업자가 발생한다. 이는 일자리 창출을 내건 그의 공약에 반하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는 미국이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17%까지, 2025년까지는 26~28%를 감축하기로 했다.

현재로선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면 가장 곤란한 것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하기 전까지 미국 석유메이저인 엑손모빌의 최고경영자(CEO)였다. 엑손모빌은 업계에서 최고의 실적을 자랑하지만 비용 때문에 온난화 대책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환경단체로부터 공격을 받아왔다. 틸러슨은 엑손모빌 CEO 자리에 있을 때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지 않겠다며 파리협정을 지지했고, 업계에서도 이런 그의 태도를 의외로 받아들였다. 트럼프 행정부에 입문한 후에도 그는 미국의 파리협정 유지를 주장해왔다.

이런 틸러슨의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 게 유럽에서의 경쟁이다. 로열더치셸, BP, 토탈 등 유럽 정유사들은 2020년 이후 온난화대책의 틀을 만들기 위해 일찍부터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배출권’ 제도를 세계적으로 도입하도록 유엔 등에 요구해왔다.

물론 각사의 목적은 자선 활동이 아니다. 광구에서 나오는 부차 가스를 줄이면 사업의 수익성은 개선된다. 또한 최근 메이저들은 태울 때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석탄의 60% 정도인 천연가스에 주력 해왔다. 석탄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에서 가스 전환을 촉진하는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다. 온난화 대책에 거리를 두기보다는 제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자신들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려는 의도인 것이다. 이는 미국 우선주의로 고립주의 노선을 택한 트럼프의 방식과는 정반대다.

벤 반 뷔르덴 로열더치셸 CEO는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면 “미국은 기본적으로 많은 (협상) 테이블에 초대되지 못해, 스스로의 입지가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유럽의 석유 거인인 노르웨이의 스타토일의 엘다르 사에트레 CEO도 트럼프의 파리협정 탈퇴에는 냉담한 반응이다. 2월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대통령의 임기인) 4년 단위로 사업은 하지 않는다. 10년 이상 앞을 내다보고 있다”며 한 정권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스타토일은 해상 풍력 발전에 적극적이어서 트럼프 정권이 들어섰어도 미국 동해안의 해상 풍력 사업에는 지장이 없다. 사에트레 CEO는 “해상 풍력 비용은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긴 안목으로 보면 트럼프가 지키고 싶어하는 석탄 화력 발전보다 해상 풍력이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이 선제적으로 도입한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는 중국에도 도입된다. 중국은 대기오염 대책이 절실한 가운데 석탄 등 저탄소형 비즈니스로의 전환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장기 투자를 하는 연기금 등은 최근 온난화 대책의 지연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인 ‘탄소 리스크’ 공개 압력을 강화한다. 지난달 31일에 열린 엑손모빌의 주주 총회에서는 탄소 리스크의 공개를 요구하는 주주 제안에 62%가 지지했다.

21세기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CEO는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자문단에서 빠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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