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의 가족이야기] 배우자 선택의 지혜

입력 2017-06-0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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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윗감이나 며느릿감 있으면 소개 좀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곤 한다. 어떤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좋냐고 묻는 젊은이도 있다. 그러고 보면 배우자 선택만큼 중요한 결정이 우리 인생에 또 있을까? 평생을 좌우하는 선택이고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다.

무엇보다 먼저 성숙한 사람, 진정한 어른과 결혼하라는 얘기를 한다. 나이 들고 신체적으로 성장했다고 다 어른은 아니다. 자기 하나도 못 추스르고 감정이나 분노 조절을 못하는 사람은 어른이라고 할 수 없다. 사회적인 성숙, 도덕적인 성숙도 중요하지만 경제적으로도 독립한 어른이어야 한다. 매번 부모에게 의존하고 손 벌리는 사람은 자신의 미래는 물론 부모의 노후까지도 위협한다.

이상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선택하라는 얘기도 덧붙인다. 이상형을 찾았다는 남성에게 “왜 그 사람과 결혼을 안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녀도 또 다른 이상형이 있어서”라고 대답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내 마음에 쏙 드는 단 한 사람, 천생배필(天生配匹)만 고집하지 말고 많은 사람과 먼저 만나볼 일이다. 무엇보다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야 갈등과 불화의 근원을 줄일 수 있다.

경제적인 형편이나 학력 수준, 가족 문화가 비슷해야 적응하기 쉽지만 서로 보완적인 부부가 잘 사는 경우도 많다. “이런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 또는 “이런 사람은 절대로 안 된다” 등의 ‘필수 조건’이나 ‘절대 불가 조건’이 너무 많아도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 부모의 술이나 돈, 도박 문제로 한이 맺힌 사람들은 그 문제를 피하려다 더 큰 문제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미혼 남녀들은 신체적인 매력을 먼저 보겠지만 키 등 외모나 첫인상에 너무 매달리지 말고 마음을 열어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숨어 있는 보물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성숙한 사람인지, 나하고 잘 맞는 사람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키나 몸무게, 혈액형처럼 검사만 해 보면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충분한 만남을 통해 깊이 있는 대화를 해 보는 것이 방법이다. 순간적인 열정으로 콩깍지가 씌어 성급하게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조건만 보고 결혼하거나 처가(妻家) 혹은 시가(媤家)의 덕을 보려고, 또는 신분 상승의 목적으로 한 결혼은 상황이 변하면 쉽게 깨질 수 있다.

현실 도피나 혼전 임신, 외로움을 피하기 위해서 하는 결혼이 아닌지도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최종적인 결정은 내가 하더라도 배우자를 확정 짓기 전에 형제나 부모님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결혼은 양가의 결합이라는 의미도 있다. 설사 분가(分家)를 하더라도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기 때문에 가족이 반대하는 결혼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일생일대의 가장 중요한 결정이며 선택을 잘못하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이유로 돌다리를 지나치게 두드려도 결혼하기 어렵다. 어떤 문제나 갈등도 일으키지 않을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그러니 ‘이런저런 문제는 없을까’ 너무 고민하고 불안해하지 말고 치명적인 이유가 아니라면 자신을 믿고 결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다음, 문제가 생기면 부부가 한 팀이 되어 머리를 맞대고 그때 그때 지혜롭게 대처하면 된다.

내 마음에 드는 사람만 만나면 결혼하고, 결혼만 하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나도 누군가의 결혼 상대가 될 수 있도록 자신을 성장시키고 준비해야 한다. “이혼을 백 프로 예방하는 길은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하지만 평생을 함께할 ‘둘도 없는 친구’와의 풍요로운 여행을 위해 결혼이라는 출발선에 한번 서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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