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140일간 3787만 마리 살처분…5월 강수량 평년의 29%, 농축산물 대책 필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이 끝나자마자 가뭄이 지속되면서 농가의 시름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농축산물 가격 상승이 우려돼 대책 마련에 나섰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겨울부터 시작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이 사실상 종식 단계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1일부터 방역체계를 평시 수준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11월 16일부터 지난달 4일까지 140일간 50개 시군에서 383건의 AI가 발생해 946농가, 3787만 마리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2014년 1~7월 195일간 1936만 마리 살처분 기록을 훨씬 뛰어넘어 단일 지속기간 기준으로 사상 최악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살처분 보상금, 생계소득 안정 지원금, 입식 융자 등 수습에 투입해야 할 국비만 256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구제역·AI가 종식됐지만 가뭄이 시작돼 농가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이달 3일부터 30일까지 강수량은 29.1㎜, 평년(103.4㎜의 29%에 그쳤다. 일조 시간은 250시간가량으로 평년(206.3시간) 대비 무려 121%나 많았다.
이에 따라 일부 작물에서는 생육 부진 등 가뭄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또 AI의 영향으로 계란, 닭고기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계란 한 판의 도매가격이 6345원으로 평년 대비 66%,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4.8%나 높다.
가뭄으로 양파 가격이 5월 하순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5% 높은 ㎏당 966원을 기록하는 등 일부 작물 가격이 오르고 있다.
양파 외에 초기 생육 단계인 고추, 고랭지 무·배추는 현재까지 큰 피해는 없으나, 가뭄 지속 시 생육부진 등이 우려된다.
이에 농식품부는 가뭄 지속 시 피해가 우려되는 노지채소류는 현장 모니터링 강화 등 사전대책을 강화하고, 축산물은 생산기반 조기 회복과 수급 조절에 나설 계획이다.
고랭지 배추, 양파 등은 기상 피해에 대비해 예비묘 150만 주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물 공급 기반 시설(저수조, 급수관로 등) 확충 등을 통해 수급 상황에 대비할 방침이다. 생산량이 많은 봄배추는 1만8000톤의 수급조절 물량을 확보해 가격 하락을 방지하기로 했다.
계란은 내달부터 태국, 덴마크, 네덜란드 등에서 수입할 수 있고 생산기반 회복이 서서히 이뤄지고 있어 가격이 안정될 전망이다.
아울러 닭고기는 소비자가격 상승 시 정부 비축물량 2100톤, 민간 비축물량 6300톤 등을 시장에 풀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