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임상시험 80% 개량신약 개발..차별화된 제품 발굴로 안정적 성장세 발판 모색
한미약품이 기존 의약품을 개선한 개량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4년부터 착수한 임상시험의 80%는 개량신약이 차지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한미약품의 제제합성기술과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내수 시장은 개량신약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모색하겠다는 노림수다. 2000년대 초반 개량신약을 앞세워 내수 시장에서 경험한 고공비행을 재현하겠다는 전략이다.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항응고제 ‘HIP1404'의 약동학적 특성 및 안전성·내약성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1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이 제품은 기존에 판매 중인 항응고제의 일부 성분을 바꿔 개발한 일종의 개량신약이다.
한미약품이 개발에 착수한 HIP1404의 경우 약사법상 자료제출의약품으로 분류될뿐 최종적으로 개량신약으로 지정될지는 현재로서는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기존 의약품을 변경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개량신약에 근접한 제품으로 평가된다.
한미약품은 지난 몇 년간 신약 기술수출 성과에 가려졌지만 개량신약 개발에도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골다공증 복합제 ‘HCP1604'의 임상1상시험에 착수했고 올해 초에는 금연치료제 ’챔픽스‘의 염 변경 약물 'HIP1502'의 임상시험 계획도 승인받았다. 한미약품은 현재 천식치료제, 과민성방광치료제 등 다양한 개량신약을 개발 중이다.
이미 개발 과정을 마무리하고 시장에 출격한 개량신약도 많다. 지난달 천식치료제 '몬테루카스트'와 알레르기비염약 '레보세티리진'으로 구성된 복합제 ‘몬테리진’의 시판허가를 받았고, 지난해 말에는 발기부전치료제 ‘타다라필’과 전립선비대증치료제 ‘탐스로신’을 결합한 ‘구구탐스’를 발매했다.
한미약품이 지난 2014년부터 승인받은 임상시험 중 개량신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2014년 승인받은 18건의 임상시험 중 15건이 개량신약이었다. 2015년과 2016년에도 각각 16건, 4건의 개량신약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고 올해에도 개량신약 임상시험이 4건으로 신약의 임상시험(3건)보다 많았다.
한미약품은 국내 업체 중 개량신약 분야에서 국내업체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낸 업체로 평가받는다. 한미약품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이후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한미약품의 매출은 2000년 1491억원에서 2009년 6161억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고혈압치료제 ‘아모디핀’의 활약이 컸다. 2004년 허가받은 아모디핀은 '노바스크'의 염 변경 약물이다. ‘암로디핀’ 성분 고혈압치료제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들면서 연 매출 500억원대를 기록하며 한미약품의 돌풍을 이끌었다. 아모디핀은 현행 약사법상 개량신약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개량신약이라는 단어가 약사법에 반영되기 전에는 기존의 약물을 변경해 시장에 먼저 진입했다는 이유로 개량신약으로 불렸다. 아모디핀은 지난해에도 19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한미약품의 본격적인 개량신약 시대를 연 것은 고혈압복합제 ‘아모잘탄’이다. 2009년 허가받은 아모잘탄은 아모잘탄은 CCB계열 고혈압약 `아모디핀`과 ARB계열 `코자`를 섞어 만든 복합제다. 아모잘탄은 MSD를 통해 50여개국에 수출 계약도 체결하기도 했다. 아모잘탄은 지난해에도 456억원어치 팔렸다. 2015년 국내 출시된 고지혈증복합제 로수젯(성분명 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는 지난 1월 MSD를 통해 23개국에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한미약품이 개량신약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내수 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도모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부터 초대형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이후 들쭉날쭉한 실적 추이를 나타냈다. 한미약품은 2015년 1조317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8826억원으로 33.0% 줄었다. 일시적 성격이 짙은 기술수출 성과에 따라 매출이 등락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대규모 계약금이 반영되는 시기에 매출이 급등하고 계약금 유입 규모가 크지 않으면 매출이 추락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한미약품의 분기별 매출을 보면 2015년 4분기 4094억원의 수출 실적을 기록하며 589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에는 사노피와의 기술수출 계약 수정에 따른 계약금 반환으로 수출실적이 308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매출 규모는 1720억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4분기 내수 매출은 2262억원으로 전년동기(1859억원) 대비 21.7% 늘었음에도 전체 매출은 70.8% 쪼그라든 이유다.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제제합성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필요한 개량신약을 적기에 내는 전략으로 내수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캐시카우를 발굴하는 전략이다. 새로운 캐시카우는 신약 개발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
이미 한미약품은 자체개발한 개량신약을 중심으로 간판제품의 세대교체가 본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혈증복합제 ‘로수젯’은 지난해 19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간판 제품으로 성장했다. 고혈압·고지혈증복합제 ‘로벨리토’는 작년에 132억원어치 팔렸다. 로벨리토는 고혈압치료제 '이베사탄'과 고지혈증치료제 '아토르바스타틴' 두 개의 성분으로 구성된 복합제다.
독감치료제 ‘한미플루’가 지난해 204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도 의미있는 성과다. 한미플루는 로슈의 ‘타미플루’와 주 성분(오셀타미비르)이 같은 후발 제품이다. 타미플루 부속 성분 중 일부(염)를 다른 성분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특허를 회피해 경쟁 업체보다 먼저 복제약(제네릭) 시장에 진입했다.
한미약품의 내수 시장 매출은 2013년 1분기 1744억원에서 올해 1분기 2194억원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최근 내놓은 개량신약 제품들이 실적 버팀목을 톡톡히 한 셈이다.
사실 한미약품의 개량신약 개발 전략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한미약품은 2000년대 초반 아모디핀의 성공을 발판삼아 고지혈증약 ‘리피토’, 항혈전제 ‘플라빅스’ 등 대형 제네릭 시장에서도 구성 성분 일부를 변경한 제품으로 한발 빨리 시장에 진입하려는 전략을 구사했지만 국내제약사들의 적극적인 특허전략으로 제네릭의 진출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시장을 독점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기도 했다.
한미약품이 최근 경쟁업체들이 뛰어들지 않는 새로운 시장을 겨냥한 이유다. 로수젯은 고지혈증약 성분인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결합했는데, 두 성분으로 구성된 복합제는 로수젯이 전 세계에서 처음이다. 탐스로신과 타다라필 조합의 복합제는 구구탐스가 세계 최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기존 시장에는 없는 차별화된 신약과 개량신약을 개발하는 전략으로 현재와 미래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