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개인정보 규제 정비, 만시지탄하기 전에 골든타임 사수해야

입력 2017-05-3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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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을 목청 높여 부르짖는 지금, 정작 산업계에는 4차 산업혁명이 그림의 떡은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다. 바로 규제 때문이다. 여전히 우리 산업은 △전통산업 규제 △ICT 규제 △개인 정보 규제라는 ‘삼각고리’에 갇혀 날개를 못 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데이터는 그 자체로 돈이다. 사람의 경제활동·행동패턴을 분석·가공해 만든 의미 있는 데이터들은 전례 없는 비즈니스 모델 창출로 이어진다. 쏟아져 나오는 데이터를 이어줄 파이프, ‘초연결’을 구현할 5G 기술도 눈앞에 와 있다. 이처럼 무한한 가능성 앞에서 정작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개인정보 규제로 불안한 거북이걸음만 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개인 정보보호 규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급기야 얼마 전엔 은행권에서 개인 정보 규제를 풀어 달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은행연합회가 개인 정보보호 규제 완화, 네거티브 규제 전환, 블록체인 규제의 선제적 완화 등 은행권의 규제 해소 등 숙원사항을 새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에 전달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다른 선진국들은 개인 정보 규제를 재정비해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핀테크 대국이 되었다. 사용자 검색 데이터를 바탕으로 독감 발생 지역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구글의 ‘플루 트렌드(Flu-Trend)’ 등 글로벌 기업의 빅데이터 서비스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대로 우리 산업이 설 땅이 사라질까 봐 두렵다.

지난해 빅데이터의 확산을 위해 범부처 차원의 ‘개인 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었지만 지금도 기업들은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법률적 근거의 부재, 재식별화(re-identification)에 대한 처벌 규정 미비 등으로 혼선만 커지고 있다. 위치정보 기반 산업도 개인 정보 규제에 갇혀 있기는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사전 동의 요구가 대표적이다. 사물인터넷(IoT), 드론, 자율주행자동차까지 위치 정보 관련 4차 산업들은 데이터 활용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산업을 진흥하겠다는 정부의 청사진, 혁신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기업의 당찬 포부는 규제에 발목을 잡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월, 사물 위치정보 사업을 신고제로 완화, 사물 위치정보에 대한 소유자 사전 동의를 폐지하는 위치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얼마 전에는 개인 정보의 개념, 비식별 조치 기준을 명확히 하고 개인정보 유출을 차단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관련 법안들과 함께 시급히 논의·처리될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 설치를 천명했고, △ICT 인프라 고도화 △자율주행차 구현 △공공빅데이터 센터 설립 등 다양한 4차 산업혁명 공약을 발표했다. 과학·기술보좌관도 신설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ICT 전문가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들린다. 수많은 4차 산업혁명 공약들이 백화점식 나열에 불과했다는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된다.

새 정부에 진심진력(眞心盡力)의 충언을 드리겠다. 지금은 국가의 미래, 후세에 남길 유산을 위한 절대적 기회의 시간이다. 이 시간에, 혁신 기업이 글로벌 속도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빠른 정부가 되어주시기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ICT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 성공의 판을 신속하게, 지혜롭게 짜야 한다. 유명무실화 위기에 놓인 미래부의 신속 처리·임시허가 제도 내실화 등 정부이 속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규제 해소를 위해 국회와 항상 소통하는 자세도 가져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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