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부 기자
새 정부는 통상 분야에서 불거지는 문제점이 통상 조직이 어디 소관인지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통상 조직의 소관 문제라기보다는 조직의 급이 낮아진 데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통상 기능을 외교부에서 산업부로 이관하면서 장관급 통상교섭본부장 조직을 차관보급 조직으로 축소했다. 초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었던 윤상직 전 장관이나 현 주형환 장관은 산업과 에너지 자원 부문까지 관할하고 있어 문제점을 노정해 온 것이 사실이다.
당시 외교부에서 넘어온 통상 조직 구성원들이 산업부에 물리적·화학적으로 결합하는 데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이제 또다시 통상을 외교부로 이전할 경우 조직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게다가 통상 공무원들의 주거, 자녀 교육, 맞벌이 부부의 근무지 문제 등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까지 겹치면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각종 현안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면서 이른바 ‘코리아패싱’ 논란을 상당 부분 불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통상 조직 개편으로 급변하는 통상 환경에 적기에 대응하지 못해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까 걱정스럽다. 통상 조직 개편을 포함한 정부 조직개편 관련 법률의 국회 통과가 이르면 7월 중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정부 당시 정부 조직개편 관련 법률안은 국회에 제출된 지 52일 만에 통과됐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은 이제 기정사실(旣定事實)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종료를 언급하면서 엄포를 놓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까지 한미 FTA 재협상 공식 제기를 일단 보류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7월 중 한미 FTA 재협상을 공식 제기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마다 나름의 특성을 반영해 통상 조직을 외교부 또는 산업부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통상 조직이 정권에 따라 산업부와 외교부로 소관이 변경되고 있다. 이는 통상 기능의 문제가 논리적인 검증보다 정치적인 타협의 산물이었다는 방증이다.
한국은 대외 무역 의존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통상 대국이다. 통상 기능이 외교부로 간다고 해서 산업계와의 소통이 더 활발해진다거나 통상 이익의 관철을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양자 FTA가 정치적인 전리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 조직개편에 정답이 있을 수 없지만, 지금처럼 산업통상자원부 체제를 유지하면서 통상차관보실과 통상교섭실을 통할하는 통상교섭본부장을 장관급으로 두는 것이 실기(失機)하지 않으면서 현 체제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다. 통상교섭본부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통상 전문가를 임명하고, 통상교섭본부는 현 특허청처럼 독립성을 철저하게 보장해야 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이다. 통상의 중요성을 감안해 과거의 잣대보다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