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만 잡은 ‘한미약품 미공개정보’ 조사…금융당국 처벌 도마위

입력 2017-05-2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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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공매도 증권사·기관 법망 피해…“심증만 있고 증거 사라져 ”해명

한미약품의 계약해지 미공개 정보 유출에 가담한 내부 직원과 이를 받아 손실을 회피한 일반투자자 등이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대규모 공매도에 나선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는 법망을 피했다. 미공개정보로 손실을 회피한 개미들은 처벌하면서, 똑같은 정보로 직접적인 이득을 얻은 공매도 세력은 처벌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4일 정례회의를 열고, 한미약품 직원과 개인투자자 등 14명에 대해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위반을 이유로 총 2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손실회피 금액이 소액인 11명에 대해서는 엄중경고 등의 조치 후 과징금 부과를 면제했다.

미공개정보를 간접적으로 수령한 투자자도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제도가 시행된 이후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된 사실상 첫 사례다.

한미약품은 작년 9월29일 오후 7시께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공식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다음 날인 9월 30일 오전 9시 29분에 공시를 했다. 계약해지 통보 내용은 공시로 공개되기 전까지 한미약품 법무팀 직원으로부터 한미사이언스 인사팀 직원으로 알려졌고, 동창·가족 등에게 차례로 전달됐다. 이들은 이 정보를 듣고 주식을 매도해 손실을 회피했다.

증선위는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위반으로 한 전업투자자에게 13억452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손실 회피액 규모에 따라 2270만 원부터 13억여 원까지 차등 부과했다.

하지만 증선위의 이번 처벌 대상에는 주가 폭락을 이끈 공매도 세력은 포함되지 않았다. 장 개장 후 공시가 나오기까지 30여 분간, 한미약품에 몰린 공매도는 320억 원어치(5만471주)에 달한다.

유재훈 자본시장조사단장은 “증권사 직원의 공매도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현장 조사를 할 때는 이미 증거가 사라진 상태였고, 현실적인 여건상 적발이 쉽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일부 증권사의 경우 공매도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등이 소명돼 무혐의 처리된 곳도 있고,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있는 곳도 있었다”고 덧붙했다.

미공개 정보의 간접적 수령자도 처벌한다는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조치의 취지 상, 같은 정보로 이득을 얻은 대규모 공매도 세력은 적발하지 못하면서 손실을 피한 개인투자자만 처벌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악재성 미공개 정보가 한미약품 내부 직원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퍼져있었다는 점도 공매도 세력을 잡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유 단장은 “이 사건에 내부 직원 1명이 가담했다면 적발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한미약품 내 이 정보를 알고 있던 사람이 너무 많아 어떤 루트로 정보가 전달됐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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