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정신, 헌법전문에 담을 수 있게 협력과 동의 요청”
문 대통령은 이날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여전히 우리 사회의 일각에선 오월 광주를 왜곡하고 폄훼하려는 시도가 있다. 용납될 수 없는 일이고, 역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980년 오월 광주는 지금도 살아있는 현실이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역사”라고 규정했다. 이어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저도 5.18 때 구속된 일이 있었지만 제가 겪은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며 “광주의 진실은 저에게 외면할 수 없는 분노였고,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는 크나큰 부채감이었다. 저를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성장시켜준 힘이 됐다”고 회고했다.
문 대통령은 “마침내 오월 광주는 지난 겨울 전국을 밝힌 위대한 촛불혁명으로 부활했다”며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있다. 1987년 6월항쟁과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맥을 잇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는 5.18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의 정신을 받들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헌법 전문에 5.18정신을 담겠다는 공약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광주정신을 헌법으로 계승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 시대를 열겠다”며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 개헌을 완료할 수 있도록 이 자리를 빌어서 국회의 협력과 국민여러분의 동의를 정중히 요청 드린다”고 했다.
전 정부 내내 논란에 휘말렸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의미도 되새겼다. 문 대통령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오월의 피와 혼이 응축된 상징이고, 5.18민주화운동의 정신, 그 자체”라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건 희생자의 명예를 지키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겠다는 것이다. 오늘 제창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끝나길 희망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5.18광주 항쟁의 진실을 알리고자 나섰다가 목숨을 잃은 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기도 했다. 이어 “수많은 젊음들이 5월 영령의 넋을 위로하며 자신을 던졌고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며 “오월의 영령들과 함께 이들의 희생과 헌신을 헛되이 하지 않고 더 이상 서러운 죽음과 고난이 없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겠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목숨이 오가는 극한 상황에서도 절제력을 잃지 않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광주정신은 그대로 촛불광장에서 부활했고, 촛불은 5.18민주화운동의 정신 위에서 국민주권시대를 열었다”며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부가 될 것임을 광주 영령들 앞에 천명한다”고 거듭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4년 만에 5.18기념식에 참석했고, 자신이 업무지시를 내려 제창할 수 있게 한 ‘임을 위한 행진곡’도 함께 불렀다.
5.18 유가족 중 한 명인 김소형 씨의 추모사를 듣던 중 눈물을 흘린 문 대통령은 김씨가 추모사를 마치자 무대로 올라 포옹해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