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적용, 준용 그리고 유추적용

입력 2017-05-1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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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영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
법률 용어 중에 적용, 준용 그리고 유추적용이란 용어가 있다. ‘적용’은 해당 규정이 법에 정한 사항에 쓰이는 것을 뜻하며, ‘준용’은 법적인 근거에 따라 다른 규정을 그에 맞게 가져다 쓰는 것을 의미한다. ‘유추적용’이란 법령에 규정은 없지만 유사한 성질을 가지는 사항에 대해 다른 법 규정을 가져다 쓰는 것을 이른다.

유추적용은 명시적인 규정은 없지만, 유사한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 이를 가져다 쓸 수 있는 까닭에 법원이나 정부기관이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정책 목적을 쉽게 달성하거나 특정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일례로 대리업무를 하는 대리상에 대해 상법은 계약 기간에 영업에 기여한 대가로 계약 종료 후 일정 기간 보상받을 권한을 인정해 주고 있고 이를 보상청구권(報償請求權)이라고 하는데, 법원은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대리상이 아닌 판매상이라고 해도 이런 보상청구권이 유추적용될 수 있다고 판결한 적이 있다.

이 같은 유추적용으로 일부 판매상은 새로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반면, 그 판매상과 거래하는 업체는 상법에 없던 보상의무가 생겨 예기치 않은 영업상 손실이 생기게 된다. 법적인 효과는 대부분 양면적이어서 언뜻 보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부작용이 생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앞의 예에서 판매상과 거래하는 업체나 그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업체는 예상하지 못한 손실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지 비용을 들여 자문을 받아야 하는데, 경우에 따라 법 제도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 있다.

금융, 방송·통신 등 입법적으로 정부기관에 재량권을 많이 부여한 분야에서 유추적용은 더욱 신중하게 해야 한다. 재량권과 유추적용이 결합되면 정책 목표를 더욱 쉽게 달성할 수 있지만, 임의적인 법 집행으로 취급돼 관여 사업자들에게 제도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관여 사업자들이 사업 활동에 주저하게 되고, 이는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이는 코리아디스카운트의 또 다른 요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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