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구직자 인식 '불일치' 심각.."인식 전환·스킨십 늘려야"
최근 만난 신생 바이오기업 대표가 전한 이야기다. 그는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봉착한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를 인력 확보라고 단언했다. 바이오기업들의 인력난은 대기업, 대형 제약사를 제외하고는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이지만 특히 스타트업은 낮은 인지도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그리고 편견까지 더해져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국내 많은 바이오 스타트업이 연구원 등 인력을 채용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투자가 늘면서 새로운 신생 기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데 이들은 처음 맞닥뜨린 난제가 바로 인력 부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을 연지 2년 된 스타트업 A. 이 회사는 연구원 상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목표로 한 20여명 연구원의 3분의 2 정도만 확보했다. 회사 관계자는 "채용공고를 지속해서 내면 구직자들이 이상한 회사로 오해할 수 있고 그렇다고 지원자도 많지 않아 주위 추천 등을 통해 상시적으로 인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면서 "구직자들은 신생 기업은 '업무가 많아 힘들다' '근무환경이 열악하다' 등의 생각에 스타트업을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B바이오텍은 최근 적지 않은 돈을 들여 홈페이지를 개편하고 회사 홍보기사도 언론에 냈다. 인력 채용을 위한 투자였다. 이 회사 대표는 "회사 홈페이지, 언론 기사라도 있어야 지원자들이 검색해보고 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면서 "회사의 핵심사업을 최대한 늦게 공개하려는 계획이었지만 채용 때문에 어쩔 수없이 일부 노출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스타트업은 인력이 핵심 경쟁력이다. 열정을 가지고 다양한 업무를 능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력 확보를 원한다. 하지만 많은 구직자들은 안정적인 대기업이나 대형 제약사를 선호하면서 불일치 현상이 나타나는 것.
특히 상대적으로 인력 구하기가 쉬운 서울, 경기권 보다는 지방으로 갈수록 인력난이 더욱 심각하다는 설명이다. 대전의 바이오텍 관계자는 "학생들이 기업설명을 듣고 관심을 보이더라도 대전에 있다고 하면 2순위로 제쳐둔다"면서 "대전은 대학, 바이오텍, 정부기관 등간의 네트워크가 활성화도 활성화돼 있고 연구도 활발하지만, 정작 바이오텍에 필요한 인력을 뽑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한 바이오텍 대표는 "대우 수준을 높이더라도 비슷한 조건이면 큰 기업을 가는 게 일반적"이라면서 "결국 창업과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구직자, 더 나아가 사회의 인식이 바뀌지 않고서는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패하더라도 재기하기 쉽지 않은 국내 창업 환경, 도전보다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높게 평가하는 부모, 구직자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 많은 스타트업들이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기업문화, 성과 공유 시스템 등을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이러한 편견에 갇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의 손지호 유닛장은 "인턴십 등을 통해 구직자들이 스타트업을 실제로 겪어보면 특유의 기업문화나 성장 가능성 등을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지만 당장은 스킨십을 늘리는 노력이 인력 채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소통과 긍정의 기업문화를 구축하고 성과를 나누려는 스타트업의 노력 역시 인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