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세종기지부터 쿠웨이트 사막까지…“ICT 접목해 실용적인 지반조사 장비 개발했죠”

입력 2017-05-1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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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이종섭 고려대 건축사회 환경공학부 교수

▲이 교수는 국내 지반공학 발전과 관련해 "학계는 연구를 중심으로, 산업체는 실무를 중심으로 발전하다 보니 좋은 연구결과를 현장 실무에 적용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학계와 산업체 간에 원활한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산?학 간의 협력뿐 아니라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 미래창조과학부
“화려한 꽃을 피우는 웅장한 나무도 뿌리가 약하면 쓰러질 수 있다. 지반공학은 건축과 토목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학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선정한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5월 수상자인 이종섭<사진>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지반공학을 이렇게 정의한다. 이 교수는 10년 넘게 지반공학 연구에 매진한 석학이다. 그는 기존 지반공학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독창적인 연구로 ‘지반공학적, 지구물리학적 지반특성 평가기술’을 개발, 우리나라 지반공학의 지평을 세계적 수준으로 넓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교수는 “상부 구조물이 아름답고 견고하게 건설되어도 지반이 불안정하면 상부 구조물의 안정성에도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지반의 특성을 평가하는 지반공학은 사회 기반시설이나 주거 공간 등의 인프라 구축과 산사태, 싱크홀, 그리고 지반 변형 등의 자연재해를 예방하는 데 근간이 되는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눈앞의 성과보다는 미래를 내다보고 열매를 키우겠다는 그의 연구철학은 도시의 뿌리를 탄탄하게 하는 지반공학과 뜻을 같이한다. 그는 이 연구철학을 바탕으로 ICT를 활용해 지반의 특성을 빠르게 파악하는 조사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5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 교수가 개발한 시스템은 지반공학 기술에 다양한 센서 등 첨단 ICT를 접목해 빠르고 간편하게 지반의 물성을 파악할 수 있는 지반조사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일반적인 지반은 물론, 구조물을 충분히 지지하기 어려운 연약한 지역, 1년 내내 항상 얼어 있는 땅(영구동토) 등 특수지반에서까지 활용할 수 있다. 또 중장비를 동원하던 기존 평가의 공간적·지역적 제약에서 벗어나 배낭을 메고 원하는 지역을 탐사할 수 있을 만큼 초소형화에 성공했다.

이 교수는 “산악, 연약지반은 물론 북극 다산과학기지, 알래스카, 쿠웨이트 등 접근성이 낮은 극한·극서지역에도 이 조사 방법을 적용한 결과 조사기간과 비용도 절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주거 공간의 안전성 검증은 물론 산사태, 싱크홀 등 지반 관련 재해를 예방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의 이번 성과는 10년 동안 계속된 한결같은 연구에 있다. 반복되는 연구에 지치지 않고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연구 철학이 뒷받침했다. 이 교수는 “눈앞의 성과보다는 끊임없는 고찰과 창의적인 자세로 미래에 수확할 수 있는 열매에 의미를 두고 연구하고자 한다”며 “실험을 수행하다 보면 표준시험장비나 시험절차에 따라 반복적인 작업을 하게 될 때가 잦은데 이를 지양하고 항상 창의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산사태, 싱크홀, 동결 등 지반재해와 관련해 실용적인 예방책을 내놓겠다는 각오다. 이 교수는 “해마다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지반재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관련 재해를 예방하도록 현재까지 개발된 기법보다 더 효율적인 시험법과 해석법을 개발하고 싶다”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 등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반 관련 재해도 예방해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따뜻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그는 “미래 과학자를 꿈꾼다면 단순히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긍정적인 의문을 던지면서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스스로 결론을 도출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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