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10일 '주요국의 증시발전 경험과 정책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근 5년간 상승했던 한국증시가 미국이나 일본처럼 대세상승후 장기간 증시정체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말 한국 코스피지수는 627p에서 지난 7일 기준 1934p로 3배 정도 상승했고 이는 미국 다우지수가 1994년말 3834p 대비 1999년말 1만1497p로 3배 가까이 높아진 점과 일본의 1984년말 1만1543p에서 1989년말 3만8916p까지 급상승한 것과 유사하다.
대한상의는 "그러나 1999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4.5%로써 주가 최고치를 갱신했지만 다음해인 2000년 성장률이 3.7%로 둔화되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2001년은 0.8%까지 급격히 떨어지면서 장기간 정체국면을 맞이했다"며 "이는 단기간내 증시가 급상승하면서 실물경제의 둔화 등 부정적 요인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한상의는 또한 "일본은 지난 1989년말 3만8916p까지 급상승한 이후 침체국면이 지속됐다"며 "한국증시도 최근 대세상승기 동안 경제성장률 평균 4.8%에 반해 기업 설비투자율은 평균 4.7%에 그치면서 경제 성장기반이 약화됐고 최근 고유가 지속, 미국 서비프라임 모기지사태의 영향, 중국 긴축기조 전환, 국내금리상승 등으로 국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돼 향후 경기둔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덧붙였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한국증시에서도 미국이나 일본의 사례처럼 경기둔화 → 주가하락 → 신규예탁금 유입 축소 → 주가하락 → 소비둔화 → 기업수익률 저하 → 주가하락 및 예탁금 감소 등 증시와 실물경제간의 관계가 지금까지의 선순환관계에서 악순환 관계로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증시의 수급기반과 실물경제의 성장기반을 동시에 확충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해 정책적으로 투자가들에게 증시 지속성장에 대한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며 "한국증시가 최근 주가수익률이 15.7배에 달해 선진국 수준에 달한 것은 부담이지만 아직 GDP 대비 시가총액비중이 낮아 시중유동성의 증시유입여력이 충분한 만큼 기관투자가의 증시 안전판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가 제시한 증시 수급기반 확충대책으로는 금리안정기조 및 시중유동성의 증시유입추세 유지와 선진국 수준의 기관투자가비중(한국 20.8%, 미국 50.9%, 일본 33.9%) 제고, 고배당기업보다 미래대비투자가 활발한 기업에 투자하는 풍토 정착 등이다.
대한상의는 또한 최근 일부 펀드가 기업들에게 R&D나 신규사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있는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기관투자가들에게 단기실적과 고배당을 중시하는 외국의 투기펀드와의 차별화를 역설했다.
대한상의는 또 이번 보고서에서 실물경제 성장기반 확충대책으로는 적절한 경기대책을 통한 성장률 둔화의 예방, 기업의 미래수익원 창출을 돕기 위한 규제완화 및 미래유망산업 육성, 기업이 순이익을 자사주 매입 등이 아닌 미래수익원 재투자를 위한 선진국형 M&A 방어장치 도입 등을 제시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경기가 하강조짐을 보이게 되면 향후 증시전망을 비관해 수익을 조기실현하려는 투자가들이 늘어난다"며 "최근 몇 차례의 증시폭락 경험을 적신호로 받아들여 조속히 예방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증시수급여건을 악화시킬 수 있는 금리인상조치는 신중을 기해야 하며, 최근 해외여건 악화에서 비롯된 경기둔화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응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