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의 소통 막힌 서울시 도시재생사업"… 필동 주민들의 하소연

입력 2017-05-0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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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서 추진하는 필동의 역사도심재생사업이 주민과의 원활한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일 방문한 필동에는 ‘필동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측에서 선명한 붉은색으로 필동지구단위계획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여기저기 내걸어 역사도심재생 사업과 관련한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에 강한 반발을 드러내고 있었다. (김정웅 기자 cogito@)

서울시가 추진하는 필동의 역사도심재생사업이 주민과의 원활한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시는 지난 2010년부터 중구 필동의 역사도심재생사업을 추진해왔다. 한양도성과 남산골한옥마을 등 지역의 역사문화자원과 연계해 필동 일대의 지역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사업이 진행되기 위해선 필동의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지구단위계획이 지정된 지역은 건축물의 종류, 용도, 용적률, 높이의 변경 등이 제한될 수 있다. 시는 지난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사업 검토 용역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일 방문한 필동은 ‘필동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측에서 선명한 붉은색으로 필동지구단위계획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여기저기 내걸어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에 강한 반발을 드러내고 있었다.

비대위 측은 필동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될 시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초래할 것을 우려했다. 이성권 비대위원장은 “필동이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되면 건축물의 신축, 증축, 개축, 수리 등과 부동산 매매가 제한되며 심지어는 토지가 공공시설 부지 활용 목적으로 강제 수용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심재생사업은 재개발과 다르기 때문에 강제수용 등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지만, 현행 제도상 지구단위계획이 지정된 지역에서는 실제로 일정 부분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2월에는 종로구 익선동의 지구단위계획에 대한 설명회는 건물 높이를 5층 이하로 제한하는 안이 문제돼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파행을 겪은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광진구 구의동의 뚝섬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이 통과되자 이 지역에 대기업의 프랜차이즈의 입점을 제한하는 것이 논란이 돼 역시 주민들의 큰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비대위 측은 민원을 통해 시측에 탄원서도 제출해봤지만 돌아온 것은 지구단위 계획을 위해 최대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형식적인 답변에 불과했다고 했다.(김정웅 기자 cogito@)

현재 비대위를 비롯한 주민들이 지구단위계획에 대해 갖는 가장 큰 불만은 소통의 부재다. 이 비대위원장은 “서울시는 부동산의 강제수용이나 매매불가 등의 재산권 침해가 없을거라고 우리한테 선언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주민과 시 측이 의견교환을 한 공식적인 자리는 3차례에 불과했다는 데에는 서울시와 비대위의 의견이 일치했다. 이 비대위원장은 “3차례 만난 서울시 관계자는 다시 만날 때마다 주민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원안만을 그대로 우리에게 통보하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비대위 측은 민원을 통해 시 측에 탄원서도 제출했지만, 돌아온 것은 지구단위 계획을 위해 최대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형식적인 답변에 불과했다고 한다.

지난 2월에 있었던 협의 자리에서는 주민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의 문제로 파행을 겪기도 했다. 시는 주민과의 협의체 구성을 위해 서울시청에서 2명, 중구청에서 2명, 검토 용역업체 2명, 비대위 대표 2명, 비대위 외 주민대표 2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된 민관 TF 구성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 중 주민대표 2명의 선출이 문제가 됐다. 시 측은 “주민대표가 비대위 측 인사”라고 주장하고, 비대위 측은 “주민자치위원회를 통해 선출된 절차적으로 적법한 대표”라고 의견차를 보이며 끝내 TF를 구성하지 못한 것이다. 당시 주민대표로 선출됐던 S씨는 “나는 이 동네에서 부모님부터 쭉 살며 학교를 전부 나와 대표성이 있는 주민”이라며 “시와 입장이 다르다고 막는 것 같은데, 서울시는 현 정부와 다르게 시민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후 시와 주민 측 간에 협의 자리를 갖자는 제안은 현재까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지구단위계획이 지정된게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의 계획을 주민과 같이 만들기 위해 자리를 마련하려던 것인데, 비대위 측 반대로 현재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하면 그 의견이 담기지 않는 계획이 나올 수도 있지만, 시 측에서도 그런 상황을 바라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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