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정부’ 약속 문재인 vs ‘작은정부’ 내건 안철수
19대 대선 후보의 4차 산업혁명 공약은 정부의 역할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정부가 어느 수준까지 역할을 담당할 것인가 하는 ‘큰 정부’ 대 ‘작은 정부’를 둘러싼 시각 차이로 볼 수 있다. 정부가 나서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야 한다는 입장과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민간이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일자리 창출 등 다른 공약들과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 대처에 있어서도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큰 정부론’의 대표 주자다.
문 후보는 “4차 산업혁명 준비에 국가의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한다”며 대통령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신설하고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벤처 창업의 문턱을 낮추고 지원은 확대해, 정부가 혁신 벤처의 구매자, 중계자, 마케팅 대행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업을 컨트롤하는 정부가 아닌 기업과 함께 뛰는 ‘페이스메이커 정부’가 되겠다”며 ‘관치경제’ 비난을 일축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국가의 역할에 대한 인정 없이 그 어떠한 4차 산업혁명 논의도 공염불”이라면서 정부 주도로 범부처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세우겠다고 했다.
이들과 대척점에 선 건 벤처기업가 출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다. 안 후보는 문 후보의 정책 구상을 “박정희식 패러다임”이라고 규정한다. 4차 산업혁명의 민간 주도를 강조하는 안 후보는 ‘4차산업혁명 인재센터’의 민간 설립을 지원하고,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등 신성장산업 육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핀테크, 인터넷전문은행, 크라우드펀딩 등 금융분야 4차 산업도 육성하겠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작은 정부론’에서 안 후보와 결을 같이한다. 홍 후보는 정보과학기술부를 신설하고, 새만금지역을 4차 산업혁명의 특구로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 육성을 위해 5년간 20조 원 규모의 창업-투자펀드를 조성하겠다고도 했다. 유 후보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정부부처를 개조하고, 부처별로 파편화되어 있는 예산을 일원화한다는 구상이다. 스타트업, 중소기업 위주 창업 기반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후보들은 4차 산업혁명의 주체를 놓고 정부와 민간 사이에서 대립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안철수 후보를 제외한 ‘작은 정부’ 옹호 후보들도 4차 산업혁명을 지휘할 정부 컨트롤타워를 세우겠다는 데엔 한목소리임을 확인할 수 있다. 안 후보의 경우도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 모델은 한계에 와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 공약의 절반 이상은 관련 법령 제·개정을 통한 민간 지원, 육성이 차지한다. 문 후보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부 역할을 축소했을 뿐, 결국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인식이다.
가천대 진영아 창업지원단 부단장은 26일 “정부의 개입은 악이고 시장에 맡겨 놔야 한다는 데서 축적돼온 폐해가 사방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이 지금까지와는 다르다거나 창업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정부가 일정 부분 개입한다는 기조로 가야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풀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규제 개혁 필요성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신산업분야에 대해선 포지티브 규제가 아닌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심 후보만이 필요한 규제만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