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가 국내에 정식으로 선보인 지 만 20년이 흘렀다. 한국수입차협회는 '수입차 개방 20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성과를 돌아보고 향후 계획을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1987년 메르세데스 벤츠가 첫 상륙한 이래 그 이듬해 11개 브랜드로 늘어나면서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2007년 현재는 13개 회원사에 24개 브랜드, 총 280여대의 모델이 국내에 선보이고 있다.
지금은 상관없는 얘기지만, 수입차는 개방 초기 ‘세무조사’라는 만만치 않는 강적에 고전했다. 공무원이나 공직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기업체 임원들도 수입차를 타면 은밀하게 세무조사를 받는 일이 허다했다. 해외 업체들이 ‘불공정 무역행위’라며 반발했으나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정부나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애국심’에 호소해 자국 시장 방어에 급급하기 일쑤였고, 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 그래서 ‘비싸야 잘 팔리는’ 희한한 수입차 시장이 탄생하게 됐다. 이른바 ‘가진 자’들은 차별화를 위해 수입차를 샀고, 비싼 값을 마다하지 않았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이에 편승해 국산차 값을 슬그머니 올리면서도 해외에서는 더 싸게 팔았다. 현대 그랜저 3.8은 국내에서 4000만원이 넘지만, 미국에서는 2만 달러 중반에 팔리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의 전반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큰 재미를 보지 못한 미국 업체들은 정부 차원에서 우리나라에 시장 개방 압력을 높였다. 그 결과 배기량별 자동차세 같은 국내 법규가 개정되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재미를 본 건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다.
올해 수입차 판매는 5만대를 넘어서며 국내 시장 점유율 5%를 넘어서고 있다. 개방 초기에 있었던 세제 차별 같은 건 이제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수입차에 부과되는 비싼 부품료와 정비수가는 아직 달라지지 않았다. 도어가 2개면 무조건 스포츠카로 규정하는 후진적인 보험 규정도 그대로다.
최근 2000~3000만원대의 저가 수입차가 크게 늘면서 수입차를 보는 인식은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수입차는 여전히 ‘부의 상징’으로 각인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그에 대한 피해는 국내 완성차 업계와 수입차 업계 그리고 소비자들 모두에게 돌아오고 있다.
수입가를 낮춰 신고해 세금을 포탈하는 행위도 여전하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몇몇 수입차 업체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입차 5만대 시대, 밝은 면만큼이나 어두운 그림자가 우리 곁에 드리워져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