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에게도 벌금 추징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신일철주금은 해당 산업스파이 10명에게 최대 1억 엔(약 10억 원) 가량의 해결금을 지불하도록 했는데 그 과정에서 사망한 사람에 대해선 유족에게서 합의금을 추징했다. 이는 향후 이와 유사한 사고를 방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일본에서 이처럼 집요하게 책임을 추궁한 사례는 드물다는 지적이다.
신일철주금과 포스코의 산업스파이 문제는 2012년 4월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신일철주금은 ‘방향성 전기강판’이라 불리는 강판 제조 방법에 관한 영업비밀을 불법으로 취득·사용했다며 퇴직자 1명과 포스코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제소했다. 그러면서 영업비밀 사용 금지와 986억 엔의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이 회사는 제소된 1명을 포함한 10여명의 퇴사자가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1980년대 중반부터 약 20년에 걸쳐 포스코 측에 비밀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당시는 산업스파이 행위에 형사 처벌이 가능하지 않은 시기여서 민사소송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포스코와는 2015년 9월 합의금 300억 엔에다 로열티(특허사용료)까지 별도로 지급하기로 합의하고 마무리지었다.
다만 퇴사자에 대한 책임 추궁은 계속됐다. 지난해 말까지 해당자 전원이 책임을 인정하고 회사 측에 사과와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 특히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유족한테서 합의금을 받아냈다. 1인당 합의금은 책임에 따라 다른데, 최대 1억 엔이지만 조사에 협조하는 정도에 따라 줄인 사례도 있다고 한다.
그동안 일본 기업 사이에서 산업스파이 행위에 대해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추궁한 적은 없었다. 산업스파이로 의심이 되더라도 책임 추궁과 소송을 주저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나 신문은 이번 신일철주금의 사례를 계기로 비슷한 경우가 발생하면 엄격하게 추궁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특허 제도를 도입한 지 130주년이 되는 2015년 4월을 기점으로 기업의 경쟁력 원천이 되는 지적재산권을 산업스파이와 사이버 공격 등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한 조사에서는 일본 국내 기업의 영업비밀 누설자가 퇴직자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일본 기업 중 약 14%가 영업비밀이 누설됐는데, 퇴직자가 유출시킨 게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큰 돈을 벌려고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의 기술을 외국 기업에 팔아넘긴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