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에서 보여준 우리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민주역량으로만 평가하면 우리 사회는 기강이 바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지만 만약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때도 촛불시위 때처럼 질서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데에 생각이 미치면 답이 꼭 긍정적이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 사회에 기강이 무너져 있는 곳이 너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기강은 ‘모든 법과 규율과 제도 등을 통섭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심적이며 원론적인 법의식’이다. 그것이 무너져 있으면 사회가 바르게 돌아갈 리가 없다.
‘기강’은 ‘紀綱’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벼릿줄 기’, ‘벼릿줄 강’이라고 훈독한다. 벼릿줄이란 그물의 각 눈을 매달고 있는 굵은 줄을 말한다. 벼릿줄만 잡아당기면 그물의 모든 실들이 벼릿줄을 중심으로 오므라들어 그물 안에 고기를 가둘 수 있고, 다시 벼릿줄을 풀면 그물의 입이 넓어져 그 안으로 물고기를 유인해 넣을 수 있다. 그물의 각 눈을 이루는 실들이 벼릿줄을 중심으로 일사불란(一絲不亂:실 한 오라기도 어지럽게 흐트러짐이 없음)하게 움직여야만 그물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사회도 법을 벼릿줄로 삼아 모든 구성원들이 질서 있게 행동하고 책임을 다해야만 안전한 사회, 튼튼한 사회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런 기강이 바로잡혀 있지 않은 부분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중국 송나라 때의 문인인 소동파(蘇東坡)는 신종황제에게 올린 상소문에서 “기강이 한 번 폐하고 나면 무슨 일인들 발생하지 않겠습니까(紀綱一廢, 何事不生)?”라고 하였다. 기강이 풀리면 정부엔 탐관오리가 득실대게 되고, 군대 또한 더 이상 ‘조국을 위한 전사(戰死)’를 영광스럽게 여기지 않는다.
기강이 흐트러지는 것은 바로 망국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반도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우리 사회의 기강에 대해 보다 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