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북한, 무모한 ‘치킨게임’ 이젠 멈춰야

배준호 국제부 기자

가장 유명한 ‘게임이론’ 중 하나가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이 즐겼다는 ‘치킨게임’이다. 두 사람이 자동차로 서로를 향해 정면으로 달리는 가운데 둘 중 하나가 포기하는 것으로 승자를 가리는 게임이다. 북한이 가장 잘 구사한다는 벼랑 끝 전술도 바로 치킨게임과 일맥상통(一脈相通)하는 측면이 있다. 그동안 북한은 정권 유지를 위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이라는 것을 갖고 극단적인 치킨게임을 펼쳐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 무모한 치킨게임을 멈춰야 할 때가 왔다. 지난 1994년 영변 핵시설 폭격 결정을 준비했던 미국은 막판에 이를 중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은 지난 20여 년간 지속됐던 전략적 인내심이 끝나 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을 수장시켰던 칼빈슨 항모전단이 바로 한반도로 향하는 것.

북한은 미국의 경고가 트럼프의 ‘블러핑(Bluffing·협상에서 유리하고자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현재 미국의 실질적인 안보 위협은 북한밖에 없다. 다섯 차례의 핵실험(그중 마지막 두 차례는 지난해 이뤄졌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등 트럼프가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됐더라도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중국이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면 이 또한 어설픈 현실 인식이 될 것이다.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키고 북한의 핵개발을 차단해 향후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도 막는 것이 중국에는 이로울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잃을 게 많은 미국이 먼저 운전대를 돌릴 것이라는 기대로 치킨게임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초대형 트럭’이라면 북한은 ‘경차’와 같다. 둘이 충돌하면 누가 더 큰 피해를 볼지는 자명하다.

북한은 지금이 미국과 협상해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결과인 정권 유지를 보장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유세에서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대화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트럼프와 햄버거를 먹을지, 토마호크 미사일 폭격 세례를 받을지 선택은 김정은 북한 최고지도자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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