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눈물겨운 수주전...단골에 부탁하고 정부 밀어주고

입력 2017-04-1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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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등 회사채 투자자와 채무조정 난항을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눈물겨운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신규 수주를 통해 자체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추가 지원이 이루어지면 재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11일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전일 기준 신규 수주 규모는 7억7000만 달러(7척)로 확인됐다. 이는 올해 수주 목표(55억 달러)의 14% 규모로, 아직 본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현대상선 수주는 제외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신규 수주 내용을 자세히 보면 계약자가 모두 오래된 단골 선사다. 30년 넘게 거래한 그리스의 마란社가 3척, 정성립 사장이 노르웨이 오슬로 지사장으로 근무할 때 개척한 노르웨이의 프런트라인이 2척을 발주했다. 나머지 2척도 단골 선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의 신규 수주 낭보가 잇따라 들리지만 수주량과 목표 달성률 모두 현대중공업(10억 달러), 삼성중공업(15억 달러)에 못 미치는 성적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재무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입찰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며 “단골 선사와 수의계약 형태로 신규 수주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대우조선해양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대상선이 발주한 VLCC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조선·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이다. 2조6000억 원 규모의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수주 절벽에 처한 조선사와 선대 확장이 필요한 해운사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이 때문에 조선·해운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이 첫 수혜를 받을 것으로 관측되어 왔다.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상선과 본계약을 체결하면 최소 4억 달러로, 목표 수주량의 21.2%를 채우게 된다. 현재 협상이 길어지고 있는 엑셀러레이터에너지社와의 본계약(1척·옵션 포함 7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선사는 대금의 60~70%를 배를 인도할 때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한다. 선박 건조 비용, 인건비 등 매달 8000억 원이 지출되므로 신규 수주를 통해 꾸준히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의계약으로 수주를 따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지만 조선사 입장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신규 수주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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