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NH농협銀 상담용 ‘금융봇’ 주목…쇼핑ㆍ의료 등 다양한 분야 챗봇 공급 중
“아침은 드셨어요?”, “제가 차려 먹을 필요 없이 누가 차려주니 늘 거르지 않고 먹게 됩니다.”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ㄹ혜봇’과 나눈 대화다. 챗봇 플랫폼 ‘플레이챗’에선 ‘ㄹ혜봇’뿐만 아니라 ‘흔남봇’, 실제 음식배달 주문을 할 수 있는 ‘배달봇’ 등 다양한 챗봇을 만날 수 있다. 작년 10월 창업 3개월 만에 NH농협은행에 고객 상담을 진행하는 ‘금융봇’을 공급해 이목을 끈 머니브레인은 올 초까지 보험, 쇼핑,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객 상담에 특화한 챗봇을 개발해 제공한 데 이어 10일 플레이챗을 정식 오픈했다. 전자가 기업간거래(B2B) 비즈니스를 위한 챗봇이라면 후자는 일반인과 소상공인들이 손쉽게 챗봇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한 플랫폼이다.
머니브레인의 장세영 대표(38)는 5일 서울 사당동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팜에서 진행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부문에서 생산성을 높여주는 업무용 챗봇뿐만 아니라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는 친구 같은 챗봇도 만들고 싶다”며 최근 작업과 성과에 대해 소개했다.
◇금융에서 의료·교육·쇼핑 부문까지 마스터한 상담용 챗봇 = 챗봇은 한 마디로 채팅하는 로봇이다. 메신저에 채팅하듯 질문을 입력하면 대화를 통해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챗봇 기술은 IT 분야에서도 최전방에 있는 ‘뜨는’ 영역이다. 지난해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 회의 ‘F8 2016’에서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차세대 기술로 ‘챗봇’을 주목한 바 있다.
장 대표는 “챗봇을 구현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질문에 대한 최적의 답을 찾아내는 데 최적화된 딥러닝 기반 챗봇과 다양한 대화 시나리오를 학습, 사람과의 대화에 최적화된 DM(다이얼로그 매니지먼트) 기반 챗봇이 그것이다. 머니브레인은 두 가지 방식을 모두 활용해 고객센터에 최적화된 챗봇을 만들었다. 창업 3개월 만인 작년 10월 농협과 첫 계약을 맺고 금융 챗봇을 시범 구축했다.
장 대표는 “금융 분야에서 금융서비스와 고객센터 두 가지 부문에 집중해서 스타트를 끊었다”며 “처음에는 전체 업무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업무를 먼저 선정해 서비스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다양한 시나리오들을 학습해 품질을 완성해 나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1월에는 배달봇 얌얌을, 올해 초에는 협력 대기업과 챗봇 서비스 POC(기술검증)를 진행했으며, 이어 이번 달에는 플레이챗을 오픈하는 등 가쁜 개발 일정을 소화해왔다. 장 대표는 “은행 쪽 기술 변화가 가장 빠르고 그 다음이 보험사”라면서 “전통 은행이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은행 출범에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머니브레인은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 쇼핑, 공공, 의료, 게임 부문에까지 상담용 챗봇을 공급하고 있다. 머니브레인 7명의 직원은 솔루션과 인공지능 엔진 등 핵심 기술 개발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영업이나 마케팅 업무는 협력사의 도움을 받았기에 빠른 확장이 가능했다. 쇼핑 부문 챗봇은 A사와, 의료 부문 챗봇은 B병원과 제휴를 맺고 영업에 도움을 받는 방식이었다. 제휴사에는 굵직한 대기업도 있었다. 게임 부문에서는 스마일게이트와 협업, 게임 속 NPC(Non-Player Character)에 챗봇을 적용해 재미를 향상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최초 레디메이드 챗봇 플랫폼, 플레이챗 = 한 편에 각 부문 협력사들과 손잡고 구축하는 B2B용 챗봇이 있다면 다른 한 편에는 일반인과 소상공인들을 위한 챗봇 플랫폼 ‘플레이챗’이 있다. 그동안 베타 버전으로 운영되던 플레이챗은 인터뷰가 나가는 10일 공식 오픈했다. 장 대표는 “누구나 쉽게 챗봇을 만들 수 있게 하자는 것이 플레이챗의 콘셉트”라고 요약했다. 이어 “기존 챗봇 플랫폼은 API로 돼 있어서 개발자의 작업이 필요하거나 사람이 일일이 학습시켜야 하는 반면 플레이챗에서는 일종의 레디메이드 챗봇을 제공해준다”며 “음식점, 헤어숍, 네일숍, 마사지숍 등 업종별로 소상공인들이 미리 만들어진 챗봇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회사가 업종별로 기본 템플릿을 비롯해 예약 기능과 기본 대화세트를 구축하고, 소상공인들은 메뉴나 가격, 위치 등 특정 정보만 입력하면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는 “적은 인력으로 네일숍 등을 운영하며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를 통해 예약과 상담을 진행하던 자영업자 분들이 플레이챗에 가입하면 상담 챗봇을 카카오톡에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며 “불필요한 업무 부담도 덜고 효율적으로 영업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머니브레인은 올해 하반기 플레이챗을 들고 미국과 중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미 각국 언어로 기본 대화세트 준비를 모두 완료했다. 수익 모델은 미정이나, SaaS(Software as a Service)나 클라우드 방식을 이용해 각 업체에 매월 소정의 사용료를 받는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
◇챗봇 기술의 한계와 미래 = 장 대표는 챗봇의 한계와 미래에 대해서도 말했다. “현재 기술로는 ‘여자친구봇’이나 ‘ㄹ혜봇’으로 실제 사람처럼 대화를 진행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챗봇이 인식하지 못하는 대화나 질문에 대해서는 위트로 자연스럽게 둘러대도록 해 부자연스러움을 숨기기도 하죠. 영화 ‘그녀(HER)’의 인공지능 ‘사만다’처럼 자연스러워지려면 2~3년 정도는 더 걸릴 듯해요. 나중에 이런 영역까지 발전하는 게 머니브레인의 목표기도 합니다.”
장 대표는 인공지능을 “사람들의 가치를 높여주는 기술”이라고 표현했다. 머니브레인의 모토도 ‘인공지능으로 삶을 윤택하게 만들자’다. 물론 인공지능 챗봇이 고객 상담을 전담하게 되면 해당 부문의 인력 고용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하는 등, 항상 인간과 기술이 정(正)의 방향으로 함께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그는 “1000명이 있는데 800명으로 고용이 줄 수 있다. 하지만 AI 기술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개발 경쟁에 뛰어든 분야”라며 “인공지능 기술을 더 잘 개발해서 이쪽에서 일자리를 더 창출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챗봇을 통해 나중에 로봇분만 아니라 수많은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어요.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사람의 감정을 보듬어줄 수 있는 챗봇을 만들고 싶습니다.” 장 대표가 눈빛을 반짝이면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