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저축銀해부-②] 중금리·현지화 ‘脫일본’ 애쓰는데… 고금리 가계대출 주범 ‘오명’

입력 2017-04-0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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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저축은행들은 부실 저축은행들을 사들이며 한국시장에 안착했지만 인수 방식은 달랐다. 최근에는 일본법인(J&K캐피탈)을 거느리고 있어 범 일본계로 분류되는 아프로금융그룹의 OK저축은행 부실 인수 논란도 일고 있다.

◇2011년 초유 사태… 대주주 승인 과정 어땠나 = JT친애저축은행과 OSB저축은행은 부실저축은행에 대한 자금 지원을 담당했던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 금융위원회로부터 최종 인수 승인을 받았다.

SBI저축은행은 재무적투자자로 투자했던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부실을 맞자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최종 인수했다.

금융위는 2012년 10월 일본 J트러스트가 그해 5월 영업정지를 당했던 미래저축은행을 ‘제3자 계약이전’을 통해 인수를 하도록 최종 승인했다. 제3자 계약이전은 인수자가 부실저축은행의 자산과 부채를 선택적으로 인수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는 J트러스트 자회사인 KC카드(현 J트러스트카드)가 친애저축은행을 설립해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친애저축은행은 2015년 7월 사명을 JT친애저축은행으로 바꿨다.

금감원 관계자는 “J트러스트가 카드사를 자회사로 두는 등 금융업을 영위하고 일본 금융당국이 정하는 재무건전성 요건 등을 충족했기 때문에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2013년 10월에는 오릭스저축은행(현 OSB저축은행)이 스마일저축은행을 ‘제3자 계약이전’ 방식으로 인수하도록 승인했다.

SBI저축은행은 처음에는 SBI홀딩스 자회사였던 SBI파이낸스코리아를 통해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지분(20.9%)을 보유하는 재무적투자자 역할만 했었다. 이후 2013년 3월 유상증자 통해 금융위로부터 주식취득을 최종 승인받아 경영권을 장악했다.

법적으론 문제없지만 저축은행 사태 같은 위기상황에서 이뤄진 만큼 승인이 엄밀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계 계열사를 가진 OK저축은행은 가족 계열사만 빼고 대부잔액을 감축했다. 애초 아프로금융그룹을 지배하는 최윤 회장은 저축은행 인수 조건으로 대부자산 40% 감축을 약속했다. 하지만 2개의 가족계열사로 대부잔액을 계속 키워온 것이 최근 발각됐다. 당시 금융당국이 부실 심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 당시엔 은행 지주사도 강제 할당하듯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했다”며 “영업정지로 떠들썩한 상황에서 무작정 부실 매물들을 안 넘길 수는 없으니 당국이 대부계·일본계에 울며 겨자먹기로 넘긴 측면도 있다”고 했다.

◇한국인 사장 쓰고 금리 내리고… ‘脫 일본’ 애쓰는데 = 일본계 저축은행은 현지화, 중금리로 점유율을 확대해갔다. 한국인 대표이사를 쓰고 금리를 낮춰 ‘고금리 장사하는 일본계’라는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애썼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3월부터 각자 대표이사 2명(임진구·정진문)을 모두 한국인으로 선임했다. 그 전에는 임진구 대표, 나카무라 히데오 대표로 대표 1명은 일본인이었다.

OSB저축은행의 대표는 미국인인 킷스맥스샤켓이다. 임원 16명 중 일본인은 비상근이사 1명뿐이다. OSB저축은행 관계자는 “이전 오릭스저축은행에서 OSB저축은행으로 사명을 바꾼 것도 오릭스그룹이 지배주주이긴 하지만 그룹에서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경영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JT친애저축은행과 JT저축은행 대표 모두 한국인이다. JT친애저축은행은 윤병묵 대표 체제로, 13명의 임원 중 일본인 3명이다. JT저축은행는 최성욱 대표 체제로, 임원 8명 중 일본인이 2명이다. 다만 일본 상근 임원들이 다른 일본계에 비해 많아 일본 본사 입김이 강하다는 평이 나온다.

일본계는 중금리대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금리 대출 상품은 SBI저축은행(사이다), JT친애저축은행(원더풀 와우론)이 2015년 12월 일찌감치 출시했다. JT저축은행(파라솔)은 지난해 5월 중금리 상품을 내놨다. 2월 말 기준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SBI저축은행은 20.89%, JT친애저축은행 21.93%, JT저축은행은 20.29%로 20%초반대다. 다만 OSB저축은행은 별도의 중금리대출 상품이 없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본 모회사가 저금리 상황을 선제적으로 경험했기 때문에 그 경험이 (저금리에 직면한) 한국 시장에 중금리 상품 등으로 선제 대응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급증 주도… 당국 검사 4곳 중 3곳 (범)일본계 =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모든 저축은행 중 최고 금리를 매기는 곳은 일본계다. OSB저축은행은 중금리 대출에 열심인 다른 일본계와는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말 기준 OSB저축은행의 평균 신용대출금리는 27.2%로 현 법정최고금리(27.9%)와 다를 게 없다. 신용대출금액의 98.27%는 20% 이상 고금리에 해당된다. 사실상 신용대출 전액이 20% 이상 고금리인 셈이다.

일본계는 업계의 가계대출 증가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상위 4개사 중 2곳(SBI·JT친애)이 일본계다. 범일본계인 OK저축은행(가계 대출잔액 1위)까지 포함하면 3곳으로 늘어난다.

금융당국은 올 들어 가계대출 증가폭이 가파른 저축은행 상대로 현장점검에 돌입하고 있다. 현장점검 4군데 중 3군데가 (범)일본계다. 금감원은 지난달 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JT친애저축은행, OSB저축은행 등 4개사를 검사했다.

예보 관계자는 “수치상으론 연체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점차 대출 증가율이 줄고 기존 대출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수익성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특히 최근 실행한 대출에서 연체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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