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현재와 미래..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인터뷰

입력 2017-04-07 10:43수정 2017-04-0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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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3일 서울 중구 사옥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동근 기자 foto@

“지금의 금융업은 자본 확충 싸움입니다. 그런데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가 1대 주주로 지분 100%를 가지고 있으니 구조상 다른 금융지주와는 달리 자본 확충이 힘들죠. 하지만 농업을 발판 삼은 금융업은 사이즈 자체가 다릅니다. 그것이 미래입니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난 3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은행 중앙본부 10층 집무실에서 만났다. 한마디, 한마디에는 ‘농업’이라는 전통 산업 속에서 첨단 금융을 키워야 하는 최고경영자(CEO)로서의 고민이 묻어났다.

지난해에는 대규모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회계 손실을 한번에 털어내는 과감한 빅배스(Big bath)로 농협은행을 살렸다. 사안별로 농협중앙회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도 농협금융지주는 이제 글로벌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김 회장은 “글로벌·디지털·은퇴자산 강화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농협은 일반적인 금융 조직은 아니다. 맡고 있는 분야는 금융 부분이지만, 비금융 그룹과 같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배 구조가 독특하다. 1인 대주주이다. 농협중앙회가 금융지주에 대한 지분 100%를 가지고 있지만, 거슬러 올라가 농협중앙회는 또 농민이 출자해 사실상 주주는 농민이다. 5년 전 신경분리해 외형적으로는 금융지주로 독립했지만, 정확히 구분된 것은 또 아니다.”

△장점과 단점을 꼽는다면

“경제지주 자회사가 많다. 우리와 연관된 금융 거래만 약 20조 원이다. 이보다 훨씬 많은 것을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NH무역이 농산품을 수출할 때 외환 업무로 농협은행을 이용한다든지, 거래업체를 소개한다든지 등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 이에 따라 다른 금융지주 못지않게 성장 가능성이 높다. 한 5년 내에는 다른 지주사만큼은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특히 비은행권 부분의 경쟁력이 높다. 예대마진으로 점차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인데, 이를 보더라도 우리의 미래는 밝다. 다만, 제대로 성장하려면 자본 확충이 필수적인데 대주주의 빚이 많아 우리한테 지원해 줄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다. 우리 스스로 자본 확충을 해야 한다. 수익의 일정 부문을 유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생명은 최근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은행도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다소 보수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평가받던 조직 문화가 취임 이후 효율적으로 변했다는 평가가 있다. 어떻게 가능했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데 주력했다. 계열사 간 이슈 사항은 CEO회의에서 사전 논의해 의사결정 지연을 방지하는 데 주력했고, 결정된 사항은 즉각 실행해 이행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했다. 개최 1일 전 자료 공유, 시간은 1시간 이내, 결과는 1일 이내 공유하는 속도·효율성 중심의 올원(All-one) 회의 문화도 확산시켰다. 또한 열정과 의지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소임이라 생각해 영업점 원스톱 지원 시스템 활성화 등 현장과의 소통을 지속시키고 확대하는 데 노력했다. 이에 따라 현장 애로사항을 본부 총괄 부서가 접수해 실행까지 관리하는 시스템을 확립했다.”

△취임 후 가장 잘한 일로 금융권에서는 빅배스에도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을 꼽는다. 비결이 뭔가

“지난해 위기는 우리의 문제점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체질을 개선해 나가는 계기가 됐다. 손익 부진의 주요 문제점은 특정 부문에 대한 여신 쏠림 현상으로 인한 거액의 대손비용이었는데, 이는 산업 전반의 흐름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통찰력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농협금융의 전반적인 리스크 관리 제도와 프로세스 개선에 많은 공을 들였다. 예를 들어 지주 차원의 산업 분석 기능 강화로 여신 쏠림 현상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지주 산업분석팀을 신설해 외부 전문가 7명을 영입해 분석 업종도 확대했다. 2015년 24개사에서 지난해에는 143개사로 늘어났고, 올해는 688개 기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내실을 다지기 위해 시스템도 확 바꿨다고 들었다

“2년 내 부실가능여신은 전수 조사해 우리가 보유한 부실채권의 실체를 명확히 알게 되었고, 자산 클린화 작업도 병행했다. 이와 함께 사전에 위험을 감지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 조기경보시스템 고도화 및 편중 여신 일별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했다. 농협금융 리스크관리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부실도 과감하게 정리한 이상 과거와 같은 위기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농협금융의 해외 진출 계획은 어떻게 되나

“농협금융은 과거 선진국 위주의 거점 확보 전략을 추진했다. 2015년 취임 이후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 유사성과 성장 잠재력이 크며, 농업 개발 수요가 있는 아시아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마련하여 추진 중에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를 타깃 국가로 선정해 추진 중이며 지난해 중국과 미얀마, 베트남에 교두보를 마련함으로써 해외사업 활성화 기반을 다졌다.”

△타 금융회사와 차별되는 전략이 있나

“농협금융의 글로벌 사업은 일반 상업은행의 모델과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농협은 한국 내 농업 부문 실물 경제의 핵심 기관이다. 그간의 경험과 기술을 금융과 결합해 농업 중심 개발도상국에 협동조합형 모델을 전수함으로써 다른 금융그룹과의 차별성을 도모하고, 현지 당국의 정책적 지원과 현지화를 확보해 나갈 것이다. 이와 함께 올원뱅크 베트남 버전을 상반기 중 출시하는 등 디지털·핀테크 금융 분야의 강점을 접목해 미래 금융 변화를 활용한 해외 진출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나라에 따라 어떤 전략이 유용하다고 보나. 예를 들어 설명해 달라

“동남아시아는 국가별로 경제 및 금융 산업 발전 정도, 금융시장 경쟁 강도 및 규제 상황, 고객의 이용 형태 등이 다르므로 이미 진출한 우리니라 금융회사의 사례를 벤치마크하고 최적화된 비용절감형 진출 방식을 추진하여 수익성을 담보해 나갈 계획이다. 가령 은행보다 소액대출회사 이용이 활발한 캄보디아에는 소액대출회사 인수 및 설립을 추진하고, 은행 계좌 보유율은 낮지만 SNS 및 휴대전화 이용 및 보급률이 높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는 현지 핀테크 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디지털 금융 진출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편, 뉴욕·홍콩 등 금융 선진 지역은 이미 진출한 계열사 간 물리적 공간 통합, 농협사료·농우바이오·농협무역 등 경제 사업 자회사와 연계 영업 활성화 등 글로벌 시너지를 통한 수익 창출을 도모해 나갈 것이다.”

△중국의 공소그룹과 소액대출사업 합작 사업을 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 영향은 없나

“융자리스는 지난해 합자경영을 개시하여 현재 문제가 없다. 소액대출 관련 지분 투자도 논의 중이나 또한 문제없다. 합자은행, 합자손보는 라이선스가 필요한 장기 사업으로 현재 주주 구성을 논의하는 초기 단계로서, 사드 영향을 언급하기에 적절치 않아 보인다.”

△농협금융은 농업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어떤 기여와 협업을 하고 있나

“농업·농촌은 농협금융의 뿌리이다. 근본적으로 농업과 농촌을 가장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금융을 금융으로만 풀지 않고 경제, 축산, 유통, 상호금융 등 범농협과 연계된 사업을 추진한다면 자연스럽게 성과는 따라온다고 생각하다. 이 연장선상에서 임직원들이 농심(農心)을 가슴에 품고 손익 증대를 통해 범농협 수익센터 역할을 완수하고 농가소득 증대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또한 연초 농협금융 전 경영진이 참여한 경영전략 워크숍에서도 이를 집중 논의하고 과제를 발굴하여 추진 중에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이 있나

“무엇보다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부터 해답을 찾아 나갈 생각이다. 우선 재해 관련 정책자금 금리 인하를 추진해 현행 1.5 ~ 2.5%인 농업인 이자 부담을 1.0%로 개선할 계획이다. 또한 우수 기술력 보유 농업인 대상에게는 1%대의 ‘스마트팜 종합자금’ 지원을 펴는 한편, 농업·농촌 지원기금 조성 상품을 개발, 출시하여 약 150억 원 수준의 농축협 차량 지원을 통한 농촌 활력화 사업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농산업가치창조펀드 활성화를 통한 벤처 창업농을 육성하고 있다. 1호 펀드는 200억 원 중 40억 원을 투자했고, 2호 펀드는 200억 원을 추가 투자할 예정이다.”

대담 이진우 기업금융부장, 정리 남주현 기자

김용환 회장은 누구?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재무부 증권국 증권정책과와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을 거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파견되어 근무를 하기도 했다. 미국 밴더빌트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과정을, 경희대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2005년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을 지냈고, 2008년에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과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맡았다. 이후 2011년에는 한국수출입은행장을 지냈으며, 임기를 마친 뒤 2015년부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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