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이원복 한국산업기술시험원장 “시험인증 없이 ICT 융합 불가능… 신기술 표준화 적극 지원”

입력 2017-04-06 11:15수정 2017-04-0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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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UAE·미국 사무소 잇따라 개설… 중동에 시험인증시스템 수출 성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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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 한국산업기술시험원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구로구 KTL 서울본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국내 유일 공공 종합시험인증기관으로 4차 산업혁명에 선제 대응하는 등 국내 기업의 수출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동근 기자 foto@

“우리 기업이 수출을 하려면 인증이 가장 중요합니다. 인증을 잘못 만들면 기업활동을 저해해 규제가 될 수 있습니다. 기업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국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공공 종합시험인증기관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을 3개월에 걸쳐 조사하고 그 결과를 내놓으면서 시험 인증의 중요성을 세간에 알린 기관이 있다. 바로 국내 산업기술 육성을 위해 설립된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다. 지난 1966년 한국정밀기기센터로 출발해 51년간 기업 경쟁력 강화와 수출 증대에 기여해왔지만 기업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기계금속시험연구소, 기업기술지원센터, 품질평가센터로 이름도 여러번 바뀌었지만 2006년 창립 40주년을 맞아 독립법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으로 승격돼 본연의 임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

KTL에서 정년을 채우고 퇴임 후 2014년 10월 기관장으로 온 이원복 원장을 지난달 27일 서울 구로구 사옥에서 만났다. 올해 10월 임기 만료를 앞둔 이 원장의 각오는 어느 때보다 남다르다. KTL이 글로벌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10년, 20년이 아닌 향후 50년을 내다봐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KTL이 세워지던 1966년 당시에는 기업들이 생산하는 공산품에 대해 길이, 무게, 전류, 전압, 부피 등을 정확히 잴 수 있는 자가 없었습니다. 상품이 균일하게 나오지 않고 해외에 팔수도 없다보니 표준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입니다.”

취임 후 그는 글로벌 경영에 시동을 걸고 ‘해가지지 않는 KTL’을 내세웠다. 상품이 가는 곳이면 전 세계 어디든지 곳곳에 KTL도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 사무소를 설립한 데 이어 3월에는 버지니아주에 미국 사무소를 설립하는 등 한국 기업의 시험인증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수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11년에 개소한 중국시험소는 지난해 1288개 업체 2306건의 인증을 지원하며 우리 기업 중국 수출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장벽 해소를 위해 국내 시험인증기관 대표 자격으로 협상에 참여하며 한ㆍ중 TBT(기술무역장벽) 사무국도 운영 중이다.

이 원장은 중동 사무소 진출 이후 시험인증시스템을 수출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한국형 시험인증시스템이 해외에 수출된 최초 사례다.

이 원장은 “중동에 가전분야 에너지효율 시험소를 구축하고, 현지 엔지니어 교육도 함께 수행하는 것”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로부터 신뢰를 얻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국내 수출 기업 진출도 더욱 용이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LTE, LTE-A 기술 이후 차세대 통신 기술로 주목받는 5세대(G) 등 표준화와 사업자들의 도입 준비에 발맞춰 사업자 인증시험소 신규 자격 지정을 추진해 기업들을 현지에서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KTL은 글로벌 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소프트웨어(SW) 인증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핵심 인력을 적극적으로 확보해서다.

이 원장은 “4차 산업혁명은 융합된 기술이 핵심이며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센서, 웨어러블기기 등 모든 ICT 융합기술에 있어서 시험인증이 선행돼야 한다”며 “새로 충원하는 인력들의 상당 부분을 소프트웨어 시험 인증을 위한 인력으로 뽑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선정된 10대 유망 시험인증 서비스 중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시험인증’은 지난 3년 동안 매년 유망 분야로 선정될만큼 상용화 가능성이 높으며, 2016년 국내시장 규모 400억 원에서 2020년 1030억 원으로 크게 증가가 예상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KTL은 국내 시험인증 최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 전 세계 53개국 130개 시험인증기관과 MOU를 체결했다.

이 원장이 직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KTL이 성장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KTL이 기업을 도와 기업이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항공기용 부품을 생산하는 에이엔에이치스트럭쳐는 KTL과 함께 공중정밀보급시스템을 연구개발하면서 4억5000만 원 규모의 항공기 부품 개발 신규 국책과제를 수주하고 매출도 전년 대비 약 10억 원이 증가했다.

이 원장은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국민안전 확보를 위해 향후 4차 산업혁명 관련 유망 시험분야 평가방법과 타당한 기준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석ㆍ박사급 328명 등 최고의 연구개발(R&D)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지난해 매출액 1488억 원을 기록한 KTL이지만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진주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그의 고민이 더욱 커졌다.

이 원장은 지역 인재 채용에 대해 “지역인재 정의가 학부 중심으로 돼 있어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지역인재의 정의를 ‘AND’가 아닌 ‘OR’ 개념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인재 채용이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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