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으로 납기도 못 맞추고 가격도 못 맞춘다면 일자리가 모두 중국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일자리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줄어들 것” (성명기 이노비즈협회장)
“연장·휴일근로는 해고 유연성이 낮은 우리 현실에서 기업들이 경기에 따라 산출량을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생존에 허덕이는 중소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1만원, 통상임금 확대, 출퇴근 재해 도입 등 노동 규제 공약이 남발되는 것을 보며 참담한 심정”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지난달 말 국회 환노위 합의를 앞두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근로단축안 긴급 기자회견’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중소기업단체 대표들은 현실성 없는 근로단축안 규탄에 입을 모았다. ‘인건비, 생산성, 수익성 등 경영 모든 분야에 영향을 주는 포퓰리즘 제도’라는 것이 요지였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선진적 노동시장’을 위해선 대신 ‘파견규제 완화, 임금체계 연공성 완화, 해고 유연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를 취재하며 그들의 우려에 공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비용의 관점 외에 사회적 관점에서 현안을 바라본 중소기업 대표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다.
‘선진적 노동시장’의 대표 사례로 흔히 인용되는 덴마크에는 우리 사장님들이 말하는 유연한 노동이 있다. 하지만 이 유연노동제에는 사용자의 관점뿐만 아니라 노동의 관점이 함께 담겨 있다. 노동이 극히 유연화 되는 대신 실업상태의 노동자에게는 실업급여와 함께 인력이 부족한 산업 부문에 대한 직업교육이 제공되고, 이렇게 업스킬링한 노동자들이 산업에 재투입된다. 이 모든 사회적 안전망을 받쳐주는 것은 ‘기업들이 내는 세금’이다. 덴마크 기업들은 이 주고 받는 사회적 합의에 기꺼이 동참했다.
우리 중소기업 논의들에는 이런 고민이 없다. ‘모범 사례’로 소개된 기업들의 직원 복지제도는 사장님의 개인적 철학과 선의에 크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며 발송하는 보도자료에는 기부와 재단 조성, 휴일에 직원들을 동원한 연탄나르기가 대부분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전체 기업을 아우르고 논의의 장을 마련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기관이다. 그러나 이들이 쏟아내는 말은 산업의 역군인 중소기업들이 어렵고 정부는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국내 고용의 80%를 책임진다는 중소기업들이 매출이나 개별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와 구조에 대해서도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얼마나 많은 것이 바뀔 수 있을까. 중기중앙회가 대변한다는 중소기업의 권익에는 사용자의 권익만 있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