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IPO와 성장성, 그리고 만들어진 가치

입력 2017-04-0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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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자본시장부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이 묘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상장 과정에서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금융당국이 특별 감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기업공개의 핵심은 가장 매력적인 타이밍에, 투자하고 싶게 만드는 요소를 내세워 ‘흥행’에 성공하는 것이다. 관련법이 허용하는 선에서 근육도 만들고, 살도 빼고, 성형수술도 해 쳐다보는 사람을 유혹하는 것이다. 기업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 가치가 달라지는데, 이것이 공모가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것은 정보의 조작과는 다르다. 기술과 상품성을 갖춘 기업을 ‘발굴’해 투자자에게 내놓는 기업공개의 본질이 결국 미래 가치 투자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은 기업을 멋지게 만드는 과정은 정확한 상황 판단,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예를 우리는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 있는 넥솔론을 통해 여실히 알 수 있다. 2011년 상장한 넥솔론은 현재 업황 부진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문제는 상장 당시 시장에서는 “이미 태양과 사업은 고꾸라졌다”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렸지만, 이러한 정보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되레 회사 측과 기업공개 주관 증권사는 “시장 지배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지금의 위기가 곧 기회”라고 솔깃한 전망을 내놓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편법 회계 의혹을 받는 부분도 이 포장의 기술에 있다. 회사는 지난 2011년 설립 이후 4년간 연속 적자를 내다 상장을 앞둔 2015년에 당기순이익 1조9050억 원, 이익잉여금 1602억 원을 보유한 기업이 됐다. 이는 지분 90%를 넘게 가지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기업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뒤, 지분투자로 인식한 데 따른 일회성 지분투자 평가이익이 반영된 결과이다.

문제는 바이오로직스가 행한 포장의 기술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냐는 점이다. 선택은 결국 투자자의 몫으로 남는 것이지만, 게임의 룰을 세팅하는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일반 투자자가 처한 정보 비대칭 상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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