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권자 반발, 시중은행도 대주주 책임론 강조
대우조선 지원안이 시작부터 표류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채무 재조정안에 대해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사채권자는 물론 시중은행까지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대주주 추가 감자, 출자전환 가격 인하 등의 요구를 수용할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사채권자와 시중은행이 채무조정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대우조선의 법정관리행은 불가피해진다.
이에 앞서 산은은 29일 사학연금, 30일에는 국민연금을 만났다. 대우조선해양 채무 재조정을 설득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진전은 없었다. 되레 이들 사채권자들은 “산은이 제시한 대우조선해양 자료를 믿을 수 없다”며 반발했다. 첫 단추부터 채워지지 않은 셈이다.
연기금들이 산은을 믿지 못하는 것은 회사채 사기 발행의 공동 정범으로 보기 때문이다. 산은이 사법적 절차를 밟고 있지는 않지만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에 책임이 있는 만큼 선제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추가 감자가 주된 요구다. 대주주가 감자를 하면 부실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 대상자들은 보유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산은이 대우조선해양 출자전환 가격을 지난해 7월 거래정지 당시 가격에서 10% 깎은 4만350원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반발이 거세다. 수조 원 규모가 출자전환되는 만큼 대우조선해양은 거래가 재개돼도 폭락이 예상된다. 사채권자들은 출자전환을 해도 휴지조각을 들고 있는 거와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출자전환 예정채권으로 분류한 뒤, 향후 거래가 재개된 이후의 가중평균 시가에서 30%를 할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날 대우조선해양 채무 재조정과 관련 투자관리위원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는 부정적인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 회장이 사채권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일지 여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산은이 사채권자와 시중은행의 요구를 받아들여도 이 역시 미봉책일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대우조선해양의 회생 자체에 물음표를 던지는 기관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에 자금을 쏟아부어도 향후에 다시 부실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연기금 관계자는 “회사채의 손실 비율 여부를 떠나 추가 지원보다는 합리적 파산 절차를 거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말했다. 산은 관계자는 “이미 10대 1 감자를 했기 때문에 추가 감자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며 “절차상 적어도 주말을 지나야 결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