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재차 1120원 밑으로 하락(원화강세)하는 등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일각에서는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그나마 우리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까지 위협받으면서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27일 오후 1시 40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8.3원 하락한 1114.3원을 기록 중이다. 장중 한때 1113.5원까지 내려 지난해 10월 11일 1108.5원 이후 가장 낮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에도 급락한 바 있다. 2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44.92원으로 전달 대비 40.18원(3.4%)이나 떨어졌었다. 이에 따라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에 비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갖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환율인 실질실효환율도 2월 현재 114.02를 기록해 2008년 2월 118.75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수출 경쟁력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원화 강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 상실이 우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수출단가가 수출물량에 미치는 영향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계약통화기준 수출물가는 2015년 9월 전년 동월비 -13.3%까지 떨어진 후 상승세를 보이면서 올 2월 11.4%까지 올랐다. 반면 수출물량증가율은 2016년 1월 전년 동월보다 7.6% 감소한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올 2월 10.0%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수출에서 가격경쟁력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원화약세가 필수다라는 이야기가 틀렸음을 방증하는 현상”이라며 “원화 강세 시 가격경쟁력이 약화하는 것은 사실이나 과거에 비해 환율 요인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도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 경제의 주력산업인 삼성이나 현대차를 비롯해 석유화학, 기계류 등을 해외에서 구매할 때 더 이상 싼 맛에 사지 않는다. 제품경쟁력과 브랜드네임 등 경쟁력이 이젠 환율보다 훨씬 커졌다”고 덧붙였다.
한은 역시 대중국 중간재 수출 확대는 물론 수출 밸류체인 변화에 따라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와 달리 많이 줄었다고 설명해온 바 있다.